[살며 사랑하며] 쾌락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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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쾌락적인 삶은 무엇일까.
그것은 많이 운동하고 많이 읽는 삶이다.
그리고 날씨에 휘둘리는 삶이다.
날씨가 끝내주게 화창할 때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거나, 비가 올 때 꼼짝 않고 집에 머물며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먹으면서 책을 보거나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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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쾌락적인 삶은 무엇일까. 그것은 많이 운동하고 많이 읽는 삶이다. 그리고 날씨에 휘둘리는 삶이다. 날씨가 끝내주게 화창할 때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거나, 비가 올 때 꼼짝 않고 집에 머물며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먹으면서 책을 보거나 하는 일. 그게 다다. 아버지를 닮아 누가 시킨 일에는 성실하지만 내심은 완전히 한량 체질이다. 그 쾌락이 보장되지 못할 때 나는 슬프다.
그 밖의 일들, 즉 돈을 버는 일, 글을 쓰는 일, 노래를 만드는 일, 섹스하는 일, 쇼핑하는 일, 사람들을 만나는 일, 맛있는 것을 먹는 일은 하면 좋고 안 하면 아쉽다. 아쉬움에 연연하면 슬퍼지고 슬픔에 연연하면 아쉬워진다.
며칠 전 독서모임에 나온 어떤 분이 자신은 슬픔이라는 것에 무감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슬픔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된 슬픈 감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이제는 아주 적극적으로 슬픔에서 도망치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다가도 뭔가 슬픈 영화일 것 같다는 직감이 들면 보던 영화를 멈춘 채 누군가 써 놓은 스포일러를 읽으며 슬프지 않은 엔딩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영화를 다시 이어서 본다는 것이다. 한 번은 보던 영화가 기습적으로 슬픔을 주는 바람에 그 슬픔을 중화하기 위해 일부러 예능을 몇 시간 보다 잤다는 말까지 했다. 슬픔에 저 정도로 예민할 수 있는 걸까. 변태 같다고 주변 사람들이 크게 웃는 사이,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아주 오랫동안 슬픔에 절인 올리브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자기 몸도 짜고 자기를 둘러싼 세계도 짜서 짠맛이 뭔 줄도 모르는.
해오던 일과 제안받은 일들 몇 개를 잠시 멈추고 거절할 준비를 하나하나 해보려고 한다. 아쉽지만 슬프지는 않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에 못 누린 나의 쾌락을 다시 누리다 보면 어느새 싱거워진 내가 언젠가 슬픔이 주는 짠맛을 다시 감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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