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42>] 딸 이어 손녀까지 지적장애.. "신앙이 버팀목"

황인호 2021. 6.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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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62·가명) 집사는 딸 만큼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랐다.

김 집사의 딸 박선영(41·가명)씨는 경계선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김 집사는 딸과 손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김 집사는 한순간에 남편을 잃은 딸과 아빠를 잃은 손녀를 자신의 집으로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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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자폐 겹친 효정이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효정이가 태권도 도복을 입고 해맑게 웃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김영순(62·가명) 집사는 딸 만큼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랐다. 그저 남들처럼 행복하길 바랐다. 김 집사의 딸 박선영(41·가명)씨는 경계선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엔 문제가 없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딸이 낳은 딸 효정(12·가명·사진)이도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김 집사는 딸과 손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김 집사는 “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며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해서 갔더니 지적장애 1급이라고 했다”며 “아득했다. 손녀에게도 장애가 생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18세가 돼 고아원에서 나온 뒤 곧바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할 땐 몰랐는데 남편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다. 김 집사는 그런 남편을 대신해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딸을 혼자 자립할 수 있게끔 키워냈다. 선영씨가 결혼해 독립했을 땐 그 기쁨이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였다. 그땐 이것이 또 다른 아픔의 시작이라곤 생각 못했다. 선영씨의 남편은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 이를 속이고 선영씨와 결혼했다. 일용직 노동자로 근근이 일하던 그는 어느 날 말도 없이 가출했고, 한 달 만에 돌아와선 선영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효정이가 세 살 때였다. 그렇게 종적을 감춘 그는 여태껏 연락 한 번 없다.

김 집사는 한순간에 남편을 잃은 딸과 아빠를 잃은 손녀를 자신의 집으로 거뒀다. 효정이는 아빠를 기다리며 매일 울었다. 김 집사는 “아이 아빠가 사랑을 준 적도 없는데 아빠가 집 나간 걸 알았는지 그렇게 울더라”며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참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효정이의 장애는 그로부터 1년 뒤 찾아왔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말이 없긴 했지만 아빠의 빈자리 때문이겠거니 했다. 딸에 이어 손녀까지 지적장애 진단을 받고 나니 막막했다. 김 집사는 남편으로부터 장애가 대물림된 거 같아 한동안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 손녀를 위해서라도 일어서야 했다. 신앙이 큰 힘이 됐다. 어디 기댈 곳 하나 없는 김 집사에게 하나님은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선영씨는 저녁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효정이 치료비를 벌었다. 김 집사 역시 낮에 장애인 돌보미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효정이는 꾸준히 언어·심리·미술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곱 살이 됐을 때 전보다 호전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김 집사와 선영씨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는데, 그 시간이 가족들에겐 너무도 귀한 시간이다. 여전히 효정인 약을 먹지 않으면 다른 활동이 힘들 정도고 최근엔 자폐 증상과 성조숙증까지 나타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활짝 웃으며 보낸다고 한다.

김 집사의 바람은 하나다. 딸이 태어났을 때도 그랬고, 손녀가 태어났을 때도 늘 그랬다. 어쩌면 평생 같을 기도 제목이다. 김 집사는 “선영이와 효정이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란다”며 “부모 마음은 늘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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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6월 23일/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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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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