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서복
이용주 감독의 ‘서복’은 복제 인간이 주인공인 SF이다. 이 장르에 속한 많은 영화들이 종교적 모티브를 사용하는데 ‘서복’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서복(박보검) 캐릭터는 여러 면에서 예수를 연상시킨다.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왔지만 신이었던 예수처럼, 서복 역시 인간이지만 인간 아닌 존재다. 그가 만들어진 이유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은 인류의 구원이라는 예수의 사명과 겹친다. 그리고 서복이 행하는 초능력 액션은, 비록 장르적으로 포장되긴 했지만, 예수가 행했던 수많은 이적을 연상시키며, 서복이 피 흘리는 모습이나 그에겐 엄마만 존재한다는 점 등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고초를 겪으며 죽어간 예수의 삶과 겹쳐진다. 이외에도 스포일러 때문에 밝히지 못하는 몇몇 공통점들이 있다.
이러한 유사점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예수가 기적을 통해 인간의 병을 고쳤듯, 서복이 기현(공유)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사실이다. 기현은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기현과 함께 바닷가에 간 서복. 그는 손으로 파도를 밀어내고, 그곳에 작은 돌탑을 쌓는다. 이때 수많은 새들이 날아와 원을 그리며 난다. 이 영화에서 서복이 보여주는 대부분의 액션이 폭력적이라면 이 장면은 너무나 서정적이며, 한편으로는 인간을 위로하는 신의 손길이 느껴진다. 여기서 서복이 쌓은 돌탑은 영화의 엔딩에 다시 한번 등장하며 그를 추억하게 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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