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여름 별장이 궁금하다면?

이경진 2021.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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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디자이너 가문의 여름 별장이 된 이곳은 오랜 세월 축적한 감각의 더께로 빛난다.
코모 호숫가에 그림처럼 걸린 작은 저택.
다이닝 룸 테이블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사르파티와 야스민 에지콤브. 그 앞에는 알레산드로의 조부 지노 사르파티가 디자인한 조명 ‘모델 548’ 오리지널 모델이 놓여 있다.
거실 벽에는 지노 사르파티가 디자인한 아르테루체의 조명 ‘모델 537’이 한 쌍을 이룬다.

이탈리아 북부의 아름다운 소도시 그리안테(Griante)에는 휴일같이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조명 브랜드 ‘에이스텝(Astep)’의 공동 창업자 알레산드로 사르파티는 아내이자 동료 디자이너 야스민 에지콤브, 두 딸과 두 아들인 필리파, 카이사, 아이삭, 벤저민과 함께 이곳에서 길고 노곤한 여름날을 즐긴다. 아이들은 너른 정원에서 지치지도 않고 내내 달리다 반짝이는 코모 호수의 물결에 풍덩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힌다. 사르파티 가족은 알레산드로가 사업을 시작한 2013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주했다.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코펜하겐에 머물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그리안테의 저택에서 오붓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노을 지는 저녁이면 야스민은 발코니에 앉아 프란치스코 고메즈 파즈가 디자인한 휴대용 조명 ‘칸델라’를 켜고 책을 읽는다.
부부가 코모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 침실.
60년대에 지노 사르파티와 비토리아노 비가노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장인이 제작한 테이블과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의자 ‘코스테스’가 어우러져 있다. 에이스텝이 재생산한 지노 사르파티의 펜던트 조명 ‘모델 2065’는 나무 패널과 대비되며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 집은 알레산드로의 할아버지 지노 사르파티가 1958년에 구입했다. 이탈리아의 이름난 조명 디자이너인 지노 사르파티는 조명 회사 ‘아르테루체(Arteluce)’ 창립자이며, 오늘날 에이스텝에서 재생산하고 있는 조명을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지노는 저택을 구입한 이후 친구이자 이탈리아 브루탈리즘 건축의 대가인 건축가 비토리아노 비가노에게 개조를 맡겼다. 비가노는 이 집에 ‘한 쌍’을 이루는 독창적인 설계 양식을 담아냈다. 그 예로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는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커다란 창이 푸른 물결과 수풀의 풍경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집 안의 계단과 노출 철골 구조 역시 마찬가지. 비토리아노 비가노가 이 집에 어울리도록 특별히 디자인한 맞춤형 소파는 앉은 이의 시선이 창밖 풍경과 닿게끔 나지막한 높이로 만들어졌다. 란코 알비니가 디자인한 책장 ‘인피니토’는 집 전체를 관통하는 자연광을 막지 않는 방향으로 서 있다. 거실과 다이닝 룸을 분리했지만, 공간을 완전히 분절시키지는 않는다. 저택의 모든 가구는 바깥 풍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치돼 공간을 빛낸다.

거실 문을 열고 나오면 곧장 마주하는 너른 정원. 원탁 주변의 의자는 해리 베르토이아가 디자인한 놀(Knoll)사의 ‘사이드’다.
전위적이고 우아한 라운지 체어는 찰스와 레이 임스가 디자인하고 비트라가 재생산한 ‘라 셰즈’. 미국 조각가 가스통 라셰즈의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더욱 아름다워진 가구들을 둘러보면 디자이너 가문인 사르파티가의 고유한 취향과 감각,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이 조식을 즐기는 테이블은 1960년대에 지노 사르파티와 비토리아노 비가노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장인이 제작했다.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ETR’ 모델을 커피 테이블로 둔 거실에는 아프리카 부족이 제작한 나무 조각처럼 생긴 의자도 함께 놓여 있는데, 이는 파올로 리차토가 알레산드로의 부모에게 선물한 것이다. 유리온실처럼 느껴질 만큼 환한 서재의 높고 우아한 의자, 침실에 둔 침대는 모두 지안 도메니코 벨로티가 디자인한 ‘팔루디스’ 시리즈다. 물론 이 집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조명이다. 조명 전체가 모두 지노 사르파티의 오리지널 모델과 시제품, 다시 출시된 신제품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 그중에는 알레산드로가 제작한 것도 있고, 알레산드로의 아버지이자 조명 브랜드 루체플랜 설립자인 리카르도 사르파티가 만든 것도 있다. 거실의 커다란 통창을 열고 나오면 볕이 잘 드는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정원에는 지노 사르파티와 비토리아노 비가노가 디자인한 테이블 위로 프란치스코 고메즈 파즈가 디자인한 에이스텝의 휴대용 조명 ‘칸델라’가 놓여 있다.

가족의 조식 공간. 프란코 알비니가 디자인한 책장 ‘인피니토’로 거실과 분리된다.
호수에서의 휴식. 야스민과 알레산드로 그리고 두 아들인 아이삭과 벤저민.

부부가 코모 호수의 풍경을 상상하며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 침실에는 알프레도 헤베를리가 디자인한 에이스텝의 휴대용 램프 ‘녹스’, 천장에는 플로스와 에이스텝의 협업으로 탄생한 ‘플로스 위드 사르파티’ 시리즈인 ‘모델 2042/6’과 ‘르 스피르 플라포네’가 걸렸다. 저택의 어디에서나 사르파티 3대의 재능과 비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레산드로에게 이 작은 별장은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가치가 있는 장소다. 동시에 그의 개인적 역사와 커리어의 총체이기도 하다. 그는 문득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한다. “저희 부모님과 건축가 파올로 리차토가 함께 ‘루체플랜’을 창업했을 때 저는 아들 아이삭만 했어요. 그럼에도 루체플랜이라는 이름을 고르던 모습이나 그분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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