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제삿날, 시어머니가 내민 카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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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혼잣말로 '그게 어디 갔더라. 그거 신청했더니 카드가 나왔다'며 가방을 이러 저리 찾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보여주셨다.
시어머니는 카드와 신분증을 다시 가방에 잘 넣으면서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혔고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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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여름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저녁 일몰 시간도 늦어져 오후 8시가 되어도 환하다. 시아버지의 다섯 번째 기일을 맞아서 조기 퇴근을 하고 시댁으로 향했다.
늦지 않게 제사를 지내고 정리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을 물리고 설거지며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계셨다. 시어머니는 혼잣말로 '그게 어디 갔더라. 그거 신청했더니 카드가 나왔다'며 가방을 이러 저리 찾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보여주셨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이라고 적혀있는 카드와 신분증을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카드와 신분증에 적힌 글씨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나는 아프면 병원에서 호스 같은 거 끼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가게 해라.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누워서 코에 호스 끼고 주사약 몇 개씩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 나는 그거 싫다."
"왜요, 그런 말씀 마세요. 자식 된 도리로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거는 다 해 봐야죠. 그냥 돌아가시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평생에 한이 돼서 아범 어떻게 살라고요."
"사람이 몸이 아파서 쓰러지면 갈 때 그냥 가야 되는데 억지로 살려놓는 것도 나는 별로더라. 사람이 갈 때 되면 그냥 가야지 약으로 억지로 살려놓고 숨만 쉬게 하는 거 그건 니들 욕심이지 누워있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거다."
요즘은 병원에서 약이랑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쓰러져도 건강을 찾아 한참을 더 사실 수 있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냐고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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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모습 |
ⓒ 국립연명의료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남편 : "이렇게 있다가 깨어나실 거예요,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세요."
시어머니 : "사람이 갈 때 되면 가야지 억지로 살린다고 될 일이냐?"
남편의 의견을 따라 시아버지는 산소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해서 살아계시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돌아가셨다.
시어머니는 카드와 신분증을 다시 가방에 잘 넣으면서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혔고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누워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시면서 또 죽으면 묻지 말고 태워달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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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연명의료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현황. 2021년 6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신청자는 95만명을 넘었습니다. |
ⓒ 국립연명의료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 등록기관은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분증을 갖고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본인확인을 한 후 상담과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혹시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취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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