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1년, '빈과일보' 마지막 100만부 찍고 폐간

권지혜 2021. 6.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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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홍콩 빈과일보가 24일자 신문 발행을 끝으로 폐간했다.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 마지막호를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길게 줄을 섰다.

'홍콩인을 위한 신문'을 내걸고 창간한 빈과일보는 국가보안법 시행 1년 만에 결국 26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홍콩 시민들은 전날 밤부터 빈과일보의 마지막 신문을 사기 위해 곳곳에 있는 가판대 앞에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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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 마지막 신문 사려 긴 줄
中관영매체 "홍콩, 공산당 100년 맞아 축제 분위기"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홍콩 빈과일보의 마지막 신문이 발행된 24일 시내 가판대 앞에 신문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빈과일보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1주년을 엿새 앞두고 이날 마지막 신문을 내고 폐간했다. AP연합뉴스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홍콩 빈과일보가 24일자 신문 발행을 끝으로 폐간했다.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 마지막호를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길게 줄을 섰다. ‘홍콩인을 위한 신문’을 내걸고 창간한 빈과일보는 국가보안법 시행 1년 만에 결국 26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빈과일보는 이날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은 100만부를 발행했다. 마지막 신문의 1면 제목은 “홍콩인들이 빗속에서 고통스럽게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였다. 며칠째 계속 내린 빗속에서 독자들이 빈과일보 사옥 앞에 모여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현장을 사진과 글로 담은 것이다. 빈과일보 직원들은 이날 자정 조금 넘어 막 인쇄되어 나온 신문을 지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홍콩의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한 기자가 24일 사옥 밖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폐간 전 마지막으로 인쇄된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은 전날 밤부터 빈과일보의 마지막 신문을 사기 위해 곳곳에 있는 가판대 앞에 줄을 섰다. 몽콕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응모씨는 빈과일보 신문을 1만부 주문했는데 오전 8시에 이미 1000부 이상이 팔렸다고 전했다. 출근 시간이 지나자 SNS에는 신문을 구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무력함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빈과일보를 창간한 지미 라인가 지난 2월 홍콩 최고법원인 종심법원에 출석했다가 떠나는 모습. 라이는 2019년 3개의 불법 집회에 참여하고 조직한 혐의로 총 징역 2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P연합뉴스

빈과일보는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 지미 라이가 1995년 6월 창간했다. 기업인이었던 그는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에 충격을 받아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발행 초기 선정적인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2002년 둥젠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무투표 연임에 성공한 뒤로 중국과 홍콩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라이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열린 우산 혁명,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하며 반중 언론인으로 떠올랐다.

빈과일보의 라이언 로(오른쪽에서 두 번째) 편집장이 지난 17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라이는 홍콩 당국의 타깃이 됐다. 그는 2019년 3개의 불법 집회를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로 총 징역 2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동시에 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 옥죄기에 들어갔다.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편집국장 등 5명을 체포해 이중 2명을 기소했다. 또 회사 자산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도 동결했다. 결국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발행 중단 결정을 내렸다.

친중 성향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보안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홍콩은 보안법이 허울뿐인 법률이 되지 않도록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할 것”이라며 “법을 위반하면 반드시 처벌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홍콩 반환 24주년을 맞아 홍콩이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찬융은 “홍콩이 이렇게 드러내놓고 성대하게 중국 공산당 기념일을 축하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올해 기념일은 홍콩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1일은 홍콩 반환일일 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 창당 기념일이기 때문에 매년 행사를 개최해 주민들이 당의 성과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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