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서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려..화장실 갔다고 시말서"

쿠팡 본사 앞, 실제 물류센터 일했던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생존을 위협"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쿠팡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실제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현장 노동자들이 근무환경 실태를 비판했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진보당 주최로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이 30분가량 진행됐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는 원모(29)씨는 기자회견에서 “쿠팡에서 일하면서 가장 참을 수 없던 것은 일하는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태도였다.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제 이름이 불린 적이 없다. 이름이 아닌 ‘연락처 네자리(번호)’로 부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일을 하다가 속도가 안 나면 중앙 관리자가 전화번호 뒷자리 부르며 ‘속도 좀 내주세요’라고 방송한다”며 “몇 차례 방송에도 속도를 못 내면 불려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원씨와 마찬가지로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이규랑(34)씨는 쿠팡 측의 미흡한 안전교육과 현장에 제대로 된 관리자가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현장 관리자도 대부분 책임 권한 없는 계약직”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처리 못 하거나 문의할 사람이 없어서 몇십분씩 헤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이 나면 대피 인솔자도 없는데, (근무 현장은) 큰 창고라 출구 찾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안전 교육은 처음 아르바이트 시작했을 때 한번 받고는 받은 적 없다”고 덧붙였다.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모(21)씨는 “휴대전화를 수거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이나 급히 신고해야 할 때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다”며 “일하던 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안 열리고 움직이지 않아서 신고도 못 하고 갇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진 않았다. 대신 쿠팡 근무 경험담을 밝힌 노동자들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된 내용 중에는 ‘영하 18도 냉동창고에 들어갔는데 쉬는 시간 없음(김모씨, 오산물류센터)’ ‘화장실 한번 갔다 왔다고 시말서, 사실 확인 진술서를 쓰라는 등 사람 무안하게 함(최모씨, 고양물류센터)’ 등이 있었다.

경기도 동탄물류센터에서 출고 및 포장 업무 등을 했다는 이모씨는 “근무시간 9시간 내내 러닝머신에서 단 한번도 내려올 수 없는 노동”이라며 “소변을 보게 될까 두려워 물 한 모금 안 먹고 같은 동작을 9시간 내내 미치도록 반복할 때면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제보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생존을 위협했다”고 표현했다.

진보당 측은 실제 근무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또 모든 물류센터의 안전 및 노동환경을 긴급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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