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외면하는 대중제 골프장

박수호 2021. 6. 24. 1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재수첩]

4673만명.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다. 전년 대비 500만명 이상 증가했다. 2030세대 신규 골프 인구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이들이 골프장으로 유입되는 등 호황의 이유는 여럿이다.

문제는 골퍼가 늘어나는 만큼 불만도 그만큼 증가하는 데 있다. 특히 골프를 어렵사리 시작한 이들 사이에서는 요즘 골프장 비용, 그중에서도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잇따른 가격 인상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제 골프장은 거액의 입회 보증금 등 자격 요건 없이 예약만 하면 누구나 칠 수 있는 골프장을 의미한다. 정부도 골프 대중화를 위해 많은 세금 혜택을 제공하며 대중제 골프장 사업을 장려해왔다. 대중제 골프장은 2000년부터 취득세 12%를 4%로, 재산세는 4%에서 0.2~0.4%로 인하된 세율을 적용받는다. 개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도 면제된다.

그런데 대중제 골프장은 지난해에만 주중 그린피를 11% 올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고작 230곳 중 16곳만 가격을 동결했다. ‘많이 가고 자주 가면 할인’해주는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감가상각이 되는 카트피마저 올린 곳도 있다. 가만 있어도 손님이 몰리니 배짱 영업을 한다. 그래서 올린 영업이익률은 40%를 훌쩍 넘긴 곳도 수두룩하다.

가격을 올렸으면 서비스나 코스 품질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많은 이들이 몰리다 보니 관리가 엉망인 곳도 다수다. 속앓이하던 고객들은 “코로나만 끝나봐라. 값싼 해외로 나갈 것”이라며 이를 갈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단견 때문에 그나마 쌓아 올린 골프 열풍이 식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대중제 골프장은 ‘대중’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해당 경영진은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박종윤 저)’라는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자세히 읽어보길 바란다. 역사에 고객을 외면하면서 살아남은 기업은 없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