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6억?!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로마네 콩티

2021. 6. 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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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로마네 콩티(Romanée Conti)

코로나19와 비슷한 바이러스 질병이 와인 산업에도 있었다. 1858년 프랑스에 상륙해 수십 년간 전 유럽의 포도밭을 황폐화시킨 필록세라(phylloxera)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 포도밭은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이후 로마네 콩티는 신이 내린 와인, 즉 ‘신주(神酎)’로서 인기가 치솟았다. 또 와인 애호가들이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첫 번째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에서 가장 귀하고 비싼 로마네 콩티 와인은 1.81헥타르 포도밭에서 연간 6000병 정도 생산된다. 한 병에 보통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2018년 10월 13일에 있었던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로마네 콩티 1945년산 한 병이 55만8000달러(약 6억2000만원)에 팔렸다.

부르고뉴는 갈로 로만(Gallo-Roman) 시대 초기인 1세기부터 와인을 양조했고 중세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1098년 부르고뉴 디종에 수도원 개혁을 위해 세운 시토 수도원(Ordo Cistercian·백의 수도사) 수도자들이 수십 년 동안 흙을 입으로 직접 맛보면서 그 차이를 구별한 떼루아, 클론(포도 품종) 그리고 크뤼(Cru·포도밭)에 의거해 포도밭을 등급화했다. 가장 뛰어난 그랑 크뤼(Grand Cru) 등급 포도밭은 부르고뉴 전체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치는데, 그중 최고가 바로 로마네 콩티 포도밭이다.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의 역사는 8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비방 수도원이 설립됐고 1241년 로마네(La Romanee) 포도밭이 생겼지만, 1625년 우여곡절 끝에 수도원이 문을 닫았다. 이에 루이 15세의 친척이자 콩티 왕자로 불렸던 루이-프랑수아 드 부르봉과 루이 15세의 애첩인 마담 퐁파두르 간에 로마네 포도밭 쟁탈전이 벌어졌다. 결국 1760년 7월 콩티 왕자가 인수하며 포도밭 명칭은 1794년 로마네 콩티로 변경됐고, 그의 아들 조셉 드 부르봉 왕자에게 상속됐다.

로마네 콩티 포도밭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몰수당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1869년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양조가인 자크 마리 뒤보와 소피 블로세 부부가 포도밭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1887년 후손인 고딩 드 빌렌 가족이 소유했으며, 1942년 앙리 르로아 가족이 지분을 사들여 공동 경영을 했다. 지금은 오베르 드 빌렌이 경영하며, 조카인 베르트랑 드 빌렌에게 승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마네 콩티 포도밭은 본 로마네(Vosne-Romanée) 마을을 중심으로 동쪽과 남동쪽을 향한 배수가 잘되는 해발 260~275m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1985년부터 동양의 음력 달력을 사용하는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적용, 말을 이용해 밭을 가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해왔다.

와이너리는 227년 동안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변함없이 자연 그대로 생산하는 양조가의 고집이 로마네 콩티 와인의 희귀성을 높였고 덕분에 독보적인 전설의 와인이 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필록세라에 강한 미국산 포도나무에 피노 누아를 접붙이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됐다.

필자는 순례자로 착각할 정도로 신비로운 십자가가 있는 로마네 콩티 포도밭을 10번 가봤지만, 아쉽게도 와이너리 방문은 하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로마네 콩티 2008년산을 시음했다. 투명한 루비색에 제비꽃 향, 딸기, 자두, 향신료, 가죽, 부식토 향이 올라왔다.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타닌의 고혹한 풍미와 균형감, 집중도가 돋보였다. 최고급 쇠고기 스테이크와 곁들인다면 극상의 조화를 이룰 듯하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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