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0 '죽음의 조', 드라마틱한 반전의 연속
[이준목 기자]
유로 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 '죽음의 조'로 불리우던 F조의 운명이 최종일에 요동쳤다. 결과적으로는 올라갈만한 팀들이 모두 생존했지만, 그 과정은 드라마틱한 이변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F조는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헝가리가 한 조에 편성됐다. 프랑스와 독일은 최근 월드컵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팀들이고 포르투갈은 지난 유로 2016 디펜딩챔피언이었다. 약체로 꼽히던 헝가리를 제외하면, 최근 3번의 메이저대회를 나누어 석권한 우승후보 3팀이 같은 조에 몰린 역대급 죽음의 조였다.
최종전을 앞두고 F조에서는 프랑스만이 최소한 16강진출을 확정한 상태였다. 프랑스는 1승1무로 승점 4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포르투갈과 만나게 됐다. 독일과 포르투갈은 1승1패, 헝가리는 1무 1패로 세 팀 모두 16강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프랑스도 마냥 여유있지는 않았다. 독일에 자책골로 겨우 이기고 만만하게 봤던 헝가리에 1-1로 비기는 망신을 당하는 등 경기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조 1위를 지키지 못한다면 16강에 올라가더라도 우승후보인 벨기에나 잉글랜드를 만날 수도 있었던 상황.
24일(한국시간) 프랑스와 포르투갈, 독일과 헝가리가 각각 맞붙은 최종전은 90분 내내 4팀의 순위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혼전의 연속이었다. 포르투갈이 전반 28분 호날두의 PK로 먼저 프랑스에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프랑스가 전반 종료 직전 음바페가 얻어낸 PK를 벤제마가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프랑스는 후반 시작 2분만에 벤제마가 포그바의 롱패스를 이어받아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며 역전에 성공했다. 반격에 나선 포르투갈은 후반 15분 호날두가 슈팅상황에서 프랑스의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두 번쩨 PK를 다시 호날두가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4골중 3골이 PK로 터졌고 레알 마드리드의 전 팀동료였던 벤제마와 호날두가 나란히 멀티골을 신고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전 경기 득점-총 5골을 터뜨리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로 본선 통산 득점 기록을 14골로 늘렸다. 2위인 미셸 플라티니(9골)와 격차는 5골이다. 여기에 호날두는 A매치 통산 177경기 109골로 역대 A매치 최다득점자인 알리 다에이(이란)가 149경기 109골 기록과 마침내 타이를 이뤘다.
독일과 헝가리의 경기에서는 헝가리가 거의 품안에 다 들어온 대어를 놓쳤다. 헝가리가 강호 독일을 상대로 두 번이나 리드를 잡으며 앞서나갔지만 후반 38분 교체 투입된 레온 고레츠카에서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양팀은 추가시간까지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추가골을 터지지않고 2-2로 승부가 마무리됐다.
독일은 하마터면 희대의 망신을 당할뻔했다. 독일은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일격을 당하고, 2차전에서 스웨덴을 잡으며 기사회생하는 듯 했으나 최종전에서 다시 한국에 덜미를 잡히며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유로2020 역시 헝가리전 종반까지 월드컵의 데자뷔를 연상시킬 만큼 흡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독일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선언했던 요아힘 뢰브 감독으로서는 최악의 고별식이 될뻔했다.
오히려 헝가리의 '졌잘싸' 투혼이 빛났다. 당초 우승후호들이 운집한 F조에서 동네북이 될 것으로 보였던 헝가리지만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3으로 완패한 이후로는 오히려 각사앟며 프랑스-독일과 연이어 끈질긴 무승부로 승점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헝가리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축구의 강호였지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끝으로 메이저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했을만큼 잊혀진 팀이었다. 대부분이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헝가리는 유럽 상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4명밖에 되지않고, 황희찬의 팀동료인 골키퍼 피터 굴라시 정도를 제외하면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거의 없었지만 특유의 끈끈한 원팀 정신으로 강호들을 괴롭히며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써 F조의 최종순위는 프랑스(1승2무, 승점5)가 1위, 독일(1승1무1패, 승점4)과 포르투갈(1승1무1패, 승점4)은 승점이 같지만 맞대결 승자승 원칙에서 앞서 독일이 2위, 포르투갈갈이 3위를 기록하게 됐다. 포르투갈은 지난 대회에 이어 또 한번 조 3위를 기록하고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르게 됐다. 반면 헝가리는 2무 1패(승점2)로 조 최하위에 그쳐 아쉽게 탈락했다.
F조의 결과를 끝으로 유로2020 16강 대진표도 완성됐다. 각 조별 1,2위팀에 3위중 승점이 가장 높은 4팀인 스위스, 우크라이나, 체코, 포르투갈까지 16강에 합류했다. 특히 F조 2위 독일은 간신히 죽음의 조에서 기사회생했으나 16강에서 토너먼트 첫 판부터 D조 1위를 차지한 강호 잉글랜드, 그것도 상대 홈인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만나는 불운한 대진을 받아들었다.
잉글랜드도 조 1위를 차지했지만 3경기 2득점에 그치는 빈약한 득점력으로 고생했다면, 독일은 3경기 5실점으로 수비가 좋지 않았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앙숙으로도 유명하여 흥미진진한 승부가 예상된다.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한 포르투갈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빛나는 벨기에를 만나게 됐다. 벨기에로서도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여유있게 통과하고도 토너먼트 첫 판부터 만나게 되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독일과 포르투갈이 조별리그에서 저조하더라도 토너먼트에서 언제든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죽음의 조 1위를 차지한 프랑스는 비교적 해볼만한 스위스를 만나게 되어 우승 경쟁에 청신호를 밝혔다. 이밖에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스페인과 크로아티아, 네덜란드와 체코, 웨일스와 덴마크의 맞대결이 각각 성사됐다. 16강 토너먼트는 휴식일 이후 27일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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