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107명 'MBTI' 분석해봤더니..'ENTJ'가 대세

노승욱 2021. 6.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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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유형 검사 MBTI 인기가 수년째 식을 줄 모른다. 친구나 애인의 MBTI 유형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영화 속 인물의 MBTI를 유추하기도 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MZ세대 창업자와 직원이 많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BTI 성향에 따라 팀을 구성할 만큼 몰입도가 높다.

그래서 알아봤다. 야놀자, 당근마켓, 마켓컬리, 토스, 직방, 쏘카 등 국내 100여개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CEO의 MBTI 유형을. 아니나 다를까. 이들 대부분은 이미 자신의 MBTI 유형은 물론, 가까운 임직원의 그것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어떤 유형의 창업자가 어떻게 경영해서 유니콘, 데카콘 기업을 일궜는지를 살펴보면 시사점이 적잖다. 자신과 같은 성격 유형의 CEO, 또 다른 유형의 CEO를 비교 분석해 롤 모델로 삼거나 이해도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지나친 과몰입은 주의해야 한다.

성격 유형 검사 MBTI의 인기가 뜨겁다. 특히 MZ세대 창업자와 직원이 많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BTI 성향에 따라 팀을 구성할 만큼 몰입도가 높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 검사가 끝나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모습. <한주형 기자>

▶‘창업은 내 운명’ ENTJ 압도적 多

▷아이디어 많고 성취욕·추진력 강해

MBTI는 정말 ‘과학’인 걸까. 조사 결과, ‘타고난 사업가’ ‘대담한 통솔자’로 알려진 ENTJ형 CEO가 가장 많았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등 무려 24명이 자신은 ENTJ라고 답했다. MBTI 유형 중에서는 16분의 1이지만, 이번 조사 대상 중에서는 5분의 1이 넘었다. 공유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가 지난해 9월 입주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ENTJ가 가장 많았다.

ENTJ 다음은 ENTP(18명), ENFP(15명) 순이다. ENFJ도 5명으로 적잖다. ‘외향적(E)’ ‘직관적(N)’ 인물이 창업에 적극적이고 성취도 꽤 높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밌는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창업 초기에는 ENTJ가 아니었다는 것. 이수진 대표, 김슬아 대표, 류중희 대표 등이 대표 사례다. 김 대표와 류 대표는 창업 전에는 ENFP였다. 김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며 MBTI 결과도 계속 바뀌더라. 처음에는 ENFP였는데, 중간에는 ENFJ, 최근에는 ENTJ가 나온다. 이상주의적인 ENFP 성향 덕분에 조금 무모해 보이는 사업에 도전했다가,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TJ형(사고·계획형)으로 변한 것 같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러 이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해 직관이나 이상보다는 분석과 데이터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ENFP, ENTP, ENTJ 순으로 바뀌어왔다. 꿈 많은 대학원생 때는 몽상가형의 ENFP였다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서는 발명가형인 ENTP로 바뀌고, 요즘은 경영자에 가까운 ENTJ로 진화 혹은 퇴화(?)한 것 아닌가 싶다. 단, EN 성향은 매우 뚜렷해서 변하지 않고, FP와 TJ 성향은 딱 중간이어서 세 가지 성향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이수진 대표는 지난해 7월 조사에서는 정반대인 INTP가 나왔다고. 당시에는 내향형(I)과 외향형(E)이 51:4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도 54:46으로 역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예전에도 비슷하게 나왔다. 나는 ‘중간형 사람인가 보다’ 하고 놀랐다”고 전했다. 단, 계획형을 뜻하는 J 성향은 이번에 75%가 나왔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인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NTJ의 어떤 특성이 창업, 경영에 강점으로 작용했는지 물었다. ‘강한 성취욕’과 ‘뛰어난 추진력’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정중교 대표는 “ENTJ는 사업가형 기질이 강하고 추진력이 좋다는데, 창업 초기 수많은 아이디어를 적극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를 운영하는 두물머리 천영록 대표는 “강한 성취욕과 그것을 즐기는 마음이 강하다. 덕분에 눈앞의 어려움이나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너무 깊게 빠져 있지 않게 해주고 지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ENTJ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에도 두 명의 직원이 뜻이 안 맞아 퇴사했다”며 깜짝 고백을 했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의도했던 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ENTJ형 CEO들도 이를 대비해 그 나름의 해법을 모색 중이다.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근거 있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잘 납득을 못해 갈등이 생기는 약점이 있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의견을 듣는 연습을 많이 하고 내부적으로 리뷰데이를 열어 아이디어와 제안을 많이 청취해서 보완 중이다”라고 말했다.

▶ENTP·ENFP·ENFJ

▷두나무·번개장터…‘외향 직관’의 힘

변론가 ENTP, 활동가 ENFP 유형의 CEO도 많다.

전자는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티몬 창업자),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데일리호텔 창업자),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가, 후자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전 카카오 공동대표),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이태권 바로고 대표, 김기웅 위쿡 대표 등이 눈에 띈다.

역시 외향 직관을 활용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이재후 대표는 “중고거래, 온라인 유통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고객이 놀랄 만한 혁신적 가치에 대한 갈구가 필요하다. 이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을 받아 변화를 끌어내는 데 ENTP 성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재식 대표는 “ENTP는 평소 토론을 즐기며 문제가 어려울수록 흥미가 생기는 편이라는데 정말 그렇다. 부족한 공감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ENFP는 특유의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원태 김기사랩 공동대표는 “미래지향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잘 안 되는 일이 있어도 언젠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온정적이고 창의적이어서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성격은 새로운 서비스 인터페이스 구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는 “다방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잘 헤쳐 나갔다. 특히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 관계를 중시해, 초기 창업 멤버 등 여러 사람들과 좋은 팀을 이룬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ENFJ는 사회운동가형이다. 대체육을 개발하는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식당 관리 앱 ‘나우웨이팅’을 운영하는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의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조정호 벤디스 대표, 온라인 PT 앱 ‘마이다노’의 정범윤 다노 공동대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민금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자원봉사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세상을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이 창업 동기가 됐다. 외향적 성격이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다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꼼꼼히 계획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다. 100가지를 시도해 1가지만 성공한다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몰두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정범윤 공동대표는 “내가 상상한 것을 실현하기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그 자체에 더 흥미가 있다. 8년 넘게 사업을 하는 동안 한 분야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고객의 문제를 깊게 공감하고 한 땀 한 땀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무척 뿌듯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대표는 “ENFJ는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 이런 성향이 공간의 변화를 돕고 사람들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오늘의집을 창업하고 헌신해온 것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뱅크 INTP

▷다음·직방·에이블리…내향 직관의 힘

내향적 성격이라 해서 창업에 소극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사색가(INTP), 전략가(INTJ), 중재자(INFP) 유형 창업자도 적잖다.

먼저 INTP는 국내 굴지의 포털 사이트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강민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 이문주 쿠캣 대표, 김태용 EO 대표 등이 눈에 띈다. 사색가답게 추상적이고 내향 직관을 발휘해 창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강민준 대표는 “INTP는 지적 호기심이 많고 분석적, 논리적이다. 의사 결정 전 여러 가능성과 시사점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시간이 주어져야 새롭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창업 초기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도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김태용 대표는 “여기저기 이미 공개된 데이터보다 직관을 중요시 여긴다. 마음을 따라 탐색하며 나아간 것이 창업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즉흥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INTP의 단점을 극복한 비결은 ‘경청’과 ‘권한 위임’이다.

강민준 대표는 “첫인상이 차갑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과묵한 편이지만 실제로는 털털한 성격이다. 직원 대부분이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지만, 늘 뒤에서 직원들을 챙겨줘 ‘츤데레 대표님’이라고도 불린다. 직원들에게 선뜻 다가가기보다는 얘기를 경청하는 CEO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태용 대표는 “다소 즉흥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이를 완벽히 보완해주는 직원 비중을 팀에서 늘리려고 노력했다. 체계적이어야 하는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강석훈 대표는 원고지 9매에 달하는 가장 긴 답변서를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100여명의 대표들이 대체로 간략하게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이 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가능성), 어떻게 해야 될지 상상하고(추상적), 일단 해본 뒤 반응에 따라 계획을 수시로 변경(즉흥적)해왔다. 이런 방식이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자원을 초반에 다 쓰거나 가설을 수정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진격만 고집한다면 그 조직은 느리게 성장할 것이다. INTP는 내성적이고 친화력이 다소 부족해 소통에 둔감한 측면이 있다는 데 스스로 인정한다.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이 있어 주말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략가 INTJ·중재자 INFP

▷소풍·크몽·퍼블리…효율 또는 몽상

전략가인 INTJ형 CEO는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안태양 푸드컬처랩 대표,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 등이다.

‘패스트 제국’의 수장 박지웅 대표는 수십 개 투자사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INTJ는 보통 직관력이 좋고 정보의 패턴을 파악한 뒤 미래 가능성을 보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런 성향은 직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나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INTJ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단호하다고도 알려져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의사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고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린 뒤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물론 INTJ의 약점도 있지만 약점 보완보다는 강점 극대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태양 대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INTJ 특징 그대로다. “INTJ는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결단력이 있고, 놀랄 만큼 호기심이 많은 유형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법은 없다. 덕분에 창업 초기 불필요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가장 중요한 사업 아이디어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채식한끼’ 앱을 운영하는 박상진 대표는 사회 통념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내적 신념을 추구한 것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

“나는 사회에서 소수에 속하는 채식주의자다. 사업도 채식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2017년 창업 당시 채식 시장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아 사업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채식 시장이 분명 크게 성장해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 의견을 들을 때면 ‘경쟁자가 많이 없겠구나’ 싶어 오히려 안심했다.”

중재자 INFP는 박현호 크몽 대표, 박소령 퍼블리 대표, 이진하 스페이셜 대표, 김세영 피에스엑스(PSX) 대표 등이다. 박현호 대표는 “이상주의자여서 안정적인 것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 등 위험 감수(risk taking)를 선호한다. 이런 성향이 스타트업 창업에 도움이 됐다. 물론 계산 없이 무모하게 일을 시작해 손해 보는 경우도 많다. 이는 학습과 경험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증강 현실(VR·AR) 협업 플랫폼 스페이셜을 운영하는 이진하 대표는 몽상가적 기질을 십분 활용했다.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 아이디어를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섬세하게 그림을 그려서 팀원, 파트너들과 공유한다. 이것이 각자의 내적인 추진력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시키지 않고도 마음 깊은 곳에 불을 지피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4년 전 VR·AR 시장 초창기에 비전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는 데는 이런 능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매출, 사용자 수 같은 객관적 지표보다 업의 의미나 세상에 없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기쁨을 본능적으로 우선시한다. 단점은 성향상 3명 이상 모이면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TED에 몇 번 강연자로 서서 인터넷의 수백만 명 앞에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하며 극복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매일 노력한다. 내가 가상으로 내 상사가 된 후에 점수를 매겨보면서 단점을 파악한다.”

▶ESTJ·ISTJ·ESFJ·기타

▷지그재그·와디즈…엄격한 성실맨

추상적 직관보다 현실 감각을 중시하는 ‘S’ 유형에서는 관리자형 ESTJ, 논리주의자 ISTJ, 외교관 ESFJ가 다수를 차지했다. 나머지 유형 중에서는 박종환 김기사랩 공동대표, 최동철 와디즈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ESFP), 김유진 스파크랩 공동대표(ISFP), 서정훈 크로키닷컴(지그재그) 대표(ESTP)가 이름을 올렸다. INFJ, ISFJ, ISTP는 아쉽게도 조사 결과 한 명도 없었다.

ESTJ는 강신봉 요기요 대표, 신명진 김기사랩 공동대표, 김병훈 에이피알(APR)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등이, ISTJ는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이확영 그렙 공동대표, 김동환 백패커 대표 등이, ESFJ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 눈에 띈다.

강신봉 대표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각 부서마다 입장이나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리더는 의견을 경청하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ESTJ의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스타일로 ‘why(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충족되지 않으면 일을 추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 답이 명확하면 도전한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업을 정의해가면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ESTJ의 성향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만들고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다양한 가능성을 빠르게 검토하는 편이다. 창업가는 불확실성에 도전함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컨트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효과를 봤다.”

신혜성 대표의 생각이다.

김동환 대표는 ISTJ 특유의 성실성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한다.

“주어진 업무를 끝까지 추진하고 책임감이 강한 유형이다. 초기에 투자를 못 받은 채로 2~3년간 사업을 운영하던 어려운 시절에도 뚝심을 갖고 사업을 계속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공동창업자와의 시너지도 중요

공동창업자와의 시너지도 중요

공동창업자들의 ‘MBTI 케미(궁합)’는 어떨까. 흥미롭게도 둘 이상의 공동창업자가 서로 반대되는 유형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당근마켓 공동창업자인 김용현, 김재현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김용현 대표는 ENFP, 김재현 대표는 ISTJ로 정반대 유형이다. ‘재기발랄한 활동가’라는 ENFP의 혁신적 사고와 통찰력이 ‘세상의 소금형’이라는 ISTJ의 신중함과 책임감을 만나 균형을 만들었다.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와 이승국 부대표 유형도 완전히 다르다. 박 대표는 직관적이면서 열정적인 INFP, 이 부대표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ESTJ다. 박 대표가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들면 이 부대표는 그것을 꼼꼼하게 검토, 확인해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개발자 채용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렙’도 상반되는 성격의 공동대표가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했다. 이확영 그렙 대표는 ISTJ, 임성수 대표는 ENTJ다. 이확영 대표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현실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성향이 꾸준한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됐다”며 “공동대표인 임 대표와는 서로 반대되지만 보완적인 성향이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 중개 플랫폼 와디즈도 신혜성 대표는 ESTJ, 공동창업자인 최동철 부사장은 ENFP로 상이하다. 신혜성 대표는 “나와는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위탁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시너지 창출이 됐다”며 “상대적 강점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추진력이 강한 대신 세심한 마무리가 약한 ENT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INTJ 유형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곁에 뒀다.

한편 서로 비교적 비슷한 성격 유형을 가진 공동창업자들의 사례도 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김기사랩’과 중장기 숙박 중개 플랫폼 ‘미스터멘션’이 대표적인 예다.

김기사랩의 경우 3명의 공동창업자가 모두 외향형이다. 신명진 대표는 ESTJ, 박종환 대표는 ESFP, 김원태 대표는 ENFP다. 대체로 미래지향적이고 낙천적, 사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형의 박 대표와 김 대표 그리고 구조화와 조직화를 통해 효율적인 목표 달성에 능하다는 유형의 신 대표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협업한다.

미스터멘션은 두 공동창업자의 성격 유형이 맨 마지막 자리를 제외하면 모든 지표가 같다. 정성준 대표는 ENTP, 정재혁 대표는 ENTJ다.

정 대표는 “공동창업자와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해주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고통스럽지만 솔직한 피드백을 나눴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문지민 장지현 인턴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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