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최고..하지만 흥분하지 않는다

임상균 2021. 6.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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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어라. 주가가 사상 최고라고? 근데 내 계좌는 왜 퍼렇지?”

요즘 주식 관련 커뮤니티나 단톡방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들이다. 코스피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활황장이 펼쳐지는데 투자자들의 체감온도는 미적지근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라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댓글도 적지 않다.

주식을 오래한 투자자들이 명심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개인들이 흥분하며 덤빌 때는 절대 따라 사지 않는다. 분석과 정보력에서 기관과 외국인에 뒤처지는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이 때문에 개인들이 대거 몰려들어 만들어낸 급등세는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 튤립 투기를 비롯한 과거 버블의 역사가 그랬고, 올해에도 ‘쏠림’ 이후 후유증은 여전히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는 코로나19 위기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대거 주식을 팔아치우는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가 진행됐다. 덕분에 코스피는 올 초 3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월 한 달간 개인 순매수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5조8549억원에 달했다. 2020년 한 해 개인 순매수 절반 이상이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연초부터 언론들은 난리가 났다. ‘황소가 된 개미’ ‘K프리미엄 시대’ ‘뭉칫돈 증시로 몰린다’ 등의 흥분된 제목이 1면을 장식했다. 심지어 개인의 하루 순매수가 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1월 11일, 이튿날 모 경제신문 1면 제목은 “나만 주식 없을라”였다. “아직도 주식을 안 갖고 있으면 바보 된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코스피는 그날 장중 고점을 찍고는 6개월간 조정기에 들어갔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하반기 1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은 4월 13일 8000만원을 돌파했다. 곧 1억원까지 간다며 흥분했지만 그 후 두 달 만에 코인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주식 시장은 어느새 다시 지난 고점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이달 14~16일 사흘간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닥도 다시 1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분위기는 차분하다. 14~15일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3500억원, 2000억원 정도였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국내 개인들이 똑똑해지고 담대해졌을 것이다. 지난 연말 연초 무턱대고 시장에 첫 진입했던 ‘주린이’들이 일단은 쓰린 경험을 했다.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당시 주식에 입문한 세대는 2030 젊은 층이 중심이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로 학습하며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도 깨달았을 것이다.

미국 나스닥, 암호화폐 등을 보면서 웬만한 급등에는 내성도 생겼다. 하루 만에 수십 퍼센트 오르는 가격에 익숙해졌는데, 기껏해야 1~2% 정도 오르는 코스피에 흥분할 이유가 없다.

‘주린이’의 상당수가 삼성전자에 들어가 있는 것도 원인이다. 8만원 안팎에서 장기간 횡보를 하고 있으니 코스피가 아무리 올라봐야 실감이 나질 않는다. 바꿔 말하면 다른 종목들에는 ‘주린이’들의 성미 마른 매물 쌓인 게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조기 금리 인상 신호를 강하게 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주식은 발작성 급락이 펼쳐졌을 텐데 의외로 잘 버틴다. 증시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실적과 성장성을 철저히 체크하며 말 그대로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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