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말로만 균형발전

권기석,이슈&탐사2팀장 2021. 6. 2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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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형발전예산)에 관한 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과 함께 설치된 균형발전예산은 해마다 약 10조원이 지출된다.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보도를 인용하고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 예산만이라도 균형발전 취지에 최대한 맞게 쓰여야 하지만, 현실에선 이마저 거꾸로 작동했다. (중략) 지역을 위한 예산마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하는 데 쓰이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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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형발전예산)에 관한 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과 함께 설치된 균형발전예산은 해마다 약 10조원이 지출된다. 지금까지 모두 144조원 넘는 돈이 쓰였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이 많은 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알아보려는 게 시리즈를 기획한 취지였다.

지난 12일 첫 보도 뒤 여러 반응이 나왔다. 먼저 서울에 배분된 균형발전예산이 14년 전에 비해 527% 늘어나는 등 이 예산이 수도권 집중 강화에 쓰였다는 보도에 대해 비수도권에선 분노와 허탈감을 나타냈다.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보도를 인용하고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 예산만이라도 균형발전 취지에 최대한 맞게 쓰여야 하지만, 현실에선 이마저 거꾸로 작동했다. (중략) 지역을 위한 예산마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하는 데 쓰이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총지출의 1.8%인 균특회계만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균형발전을 위해 세제 등 여러 수단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다. 다만 기재부는 “지자체 균형발전예산은 기재부 열린재정 사이트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에서 확인이 불가한 수치”라고 했다.

비수도권과 기재부 반응은 예상 범위 안에 있는 것이었다. 예상 밖 반응은 한 재테크 관련 블로그에서 발견됐다. 블로거는 “오늘 아침 의미 있는 기사가 있다”며 시리즈 1회를 소개했다. 경기 안산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건설 등 수도권 교통망 확충에 균형발전예산이 쓰인다는 내용을 조명했다. 그러더니 “경제 논리로 보면 인구가 많은 지역에 교통이 개선돼야 하는 것이 맞는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수도권으로 예산 집중화는 생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결론은 “수도권에 투자하면 된다”였다.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에 예산이 더 늘어날 것이므로 투자는 그곳에 하면 된다는 논리다.

보도에 대한 세 반응은 균형발전 정책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정책의 결과인 ‘수도권 공화국’ 현상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 있는 설명, 개선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구호뿐이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적 기사마저도 투자 참고서로 활용하겠다는 태도다. 비수도권의 탄식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역대 정부다. 이명박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이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게 했다. 오늘날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이유는 그 시절 규제 완화와 관련이 깊다. 박근혜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을 마땅한 청사진 없이 사실상 방치했다. 문재인정부도 앞선 두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3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혁신도시 시즌 2) 약속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균형발전 정책은 껍데기만 남은 모습이다. 정부는 하기 싫은 일을 대의명분 때문에, 혹은 선거에서 지방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억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쯤 되면 균형발전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이대로라면 ‘말로만 균형발전’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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