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와 콜드플레이가 매료된 안무가 김보람

장지영 2021. 6. 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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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국내외에서 관심 폭발.. "본업인 현대무용에 집중할 계획"
안무가 김보람은 22일 서울 서초구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콜드플레이와의 협업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보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오랜만에 벗은 모습이다. 윤성호 기자

“콜드플레이와 협업한다고 해서 특별히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어요. 작업이라기보다는 새롭게 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와 협업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올해 영국 출신의 세계적 록 그룹 콜드플레이와 협업을 진행했다. 22일 서울 서초구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연습실에서 만난 안무가 김보람(38)은 “콜드플레이의 노래 ‘하이어 파워’에 자연스럽게 춤추면서도 우리 무용단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콜드플레이는 지난달 ‘하이어 파워’ 싱글 발매 이후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싱글 발매와 함께 공개된 퍼포먼스 영상에 이어 ‘브릿 어워즈’ 오프닝 무대,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하이어 파워’에 맞춰 서울 거리를 누비며 촬영한 댄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하이어 파워’에 맞춰 서울 거리를 누비며 촬영한 댄스비디오의 장면.
콜드플레이, ‘범 내려온다’ 보고 협업 제안

“콜드플레이가 온스테이지(네이버 문화재단의 유튜브 채널)에 링크됐던 ‘범 내려온다’의 영상을 보고 저희를 찾았던 모양이에요. 12월 인스타그램 등 여러 통로로 연락이 왔고, 1월 초 줌으로 미팅을 했는데요. 콜드플레이 측에서 ‘너희가 우리 음악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 너희 영상에 우리가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서 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격리기간 2주를 포함해 한 달간 체류했다. 김보람은 “코로나19로 프랑스 투어가 취소되면서 마침 여유가 있었다”면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부터 미래적인 느낌을 내달라는 요구를 받긴 했지만, 안무 자체는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브릿 어워즈에 직접 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또다시 자가격리를 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김보람은 2000년대 초중반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수 엄정화, 이정현, 코요태 등의 백업댄서로 활동했다.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에도 방송 댄스를 지속했지만 안성수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무용단에 들어가면서 현대무용계에 정착하게 됐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독창적인 춤사위, 개성적인 의상과 짙은 선글라스 등의 소품을 앞세운 김보람은 짧은 시간 안에 주목받는 안무가가 됐다. 다만 이날은 오랜만에 선글라스를 벗은 모습이었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선글라스를 끼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계속 쓰다 보니 우리 컴퍼니의 시그니처가 됐다”고 웃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이날치 밴드와 협업한 2019년 네이버 온스테이지는 ‘범 내려온다’ 돌풍의 시작이었다. 네이버 제공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서 ‘앰비규어스(ambiguous)’는 ‘애매하다’ 뜻의 단어로 무용단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바로 장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공연을 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그리고 이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작품은 김보람을 스타 안무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다만 최근 그에게 그에게 글로벌한 유명세를 안겨준 시작점인 이날치와의 협업은 지난 2019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 감독님이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개막공연 ‘군가(軍歌), 빅밴드 그리고 춤-우정의 무대’ 음악을 맡고서 우리에 춤을 의뢰했다”면서 “작업 과정이 좋았던 듯 이후 우리에게 이날치와의 협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많은 협업 제안 고사 “우리는 연예인 아냐”

이날치와의 협업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로 연결됐다.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가 국내외에서 1년만에 6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최근 구찌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무용계에서 작업을 하며 춤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백업댄서 시절부터 지금의 무용단까지 개런티가 그다지 높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돈 때문에 작업을 선택하진 않았어요. 근래 CF나 이날치와의 공연, 콜드플레이 뮤직비디오 출연 등으로 저희 배가 따듯해진 건 사실입니다. 저희 무용단이 프로젝트성 그룹이라 10~12명을 오가는데, 단원들에 대한 개런티와 공연 제작비 등을 당분간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이 좋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의 한 장면.

하지만 김보람은 더 이상의 유명세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본업은 순수예술인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연습실에서 단원들과 더욱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서초구에 마련한 연습실은 그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처음으로 얻은 연습실이다. 그동안은 상주단체로 있던 공연장의 연습실을 사용하거나 이곳저곳 떠돌며 연습해야 했지만 지금은 언제든 맘껏 연습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시상식 무대의 초청이나 여러 가수의 협업 제안이 왔지만 다 거절했어요. 자칫 저희가 백댄서처럼 보일까봐 걱정 됐어든요. 콜드플레이의 경우에도 저희가 자유롭게 춤출 수 있었기 때문에 승낙했습니다. 최근 저희 단원들끼리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기본적인 작업에 충실하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솔직히 제 경우는 힘든 무용계 생활을 오랫동안 해와서인지 쉽게 들뜨는 편은 아닙니다. 저희 단체 역시 유명세보다는 연습실을 더 사랑하는 단체입니다.”

신작 준비중…무용에 대한 고민은 커져

콜드플레이와 작업 이후 주목받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고민이 더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공연계에서 영상과 VR 등 테크놀로지와의 활발한 결합을 보면서 무용의 미래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을 오픈하면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이날치가 협업한 곡 '헬로 구찌'를 공개했다. 구찌 제공

“무용은 기본적으로 비주류 장르에요. 기초 예술이고요. 저희가 이날치나 콜드플레이와 협업해서 관심을 얻고 있지만 저희의 본류가 아니잖아요. 어쩌면 요즘 저희 무용단을 보면서 쉽게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순수성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무용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무용을 재미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언어의 형태’라는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불가능해요. 관객이 재미를 떠나 무용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함께 출 수 있는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작품을 보기보다는 움직임을 쉽게 따라 하면서, 춤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합니다.”

본업인 현대무용에 충실하겠다는 김보람은 현재 8월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힙합(HIP 合)’ 무대에서 ‘춤이나 춤이나’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그에 앞서 상주단체로 있는 광명시민회관에서 7월 9~10일 레퍼토리 공연 ‘언더 더 쇼’도 올려야 한다.

“‘춤이나 춤이나’는 힙합 장르를 다루는 것은 아니에요. 원시적인 몸짓 언어를 다루고 있는데, (향토적인 소리를 담은)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음악적 소스로 활용합니다. 30분 정도인 이 작품을 좀더 발전시켜 11월 ‘얼이 섞다’(고양문화재단과 춘천문화재단 등 지역 4개 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공연)로 만들겁니다. ‘얼이 섞다’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사운드에 테크노를 결합함으로써 일종의 한국형 클럽 공연을 지향합니다.”

김보람은 8월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힙합(HIP 合)’ 무대에서 ‘춤이나 춤이나’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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