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규제 반사효과..노원 '뜨거운 6월' [전문가 현장진단]

2021. 6.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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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연속 서울 집값 상승률 1위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울시 노원구 일대 아파트가 무더기로 신고가를 기록하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6월 첫째 주(6월 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는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민간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2주(6월 11일 기준) 서울 노원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동작구(0.19%)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몇 년간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노원구는 보궐선거 이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제치고 몇 주 동안 서울 내 집값 상승률 1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중이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가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상계주공7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재건축 기대감 솔솔 ‘노원’

▷중저가 아파트 매수 늘어나

“최근 1년 새 면적 상관없이 호가가 1억~2억원 올랐습니다. 아무리 호가를 올려도 매수자들이 사버리니까 가격 상승세가 멈추질 않습니다. 집주인들이 쉽사리 급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고려한다면 당장 오늘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동네’.

바로 노원구다.

1980년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노원구에는 현재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만 39개 단지, 약 6만가구에 이른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년 넘은 아파트가 가장 많은 자치구 역시 노원구(615개동)였다. 2위 송파구(453개동)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노원구 재건축 진행 상황에 따라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총 39개 단지 중 23개 단지는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주목할 지역은 바로 상계동 재건축 단지다. 상계주공아파트는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와 재건축 사업을 끝낸 8단지(포레나노원)를 제외하고 나머지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적정성 검토를 준비 중이다. 상계주공1·3·9·13단지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으며 상계주공2·4·7단지 등은 예비안전진단을 준비하는 중이다.

신고가도 잇따른다.

상계주공3단지 전용 68.86㎡(11층)가 지난 5월 10일 신고가인 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20평대 아파트지만 10억원에 육박한 가격이다.

상계주공4단지 역시 면적별로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전용 58㎡(2층)는 5월 22일 7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전 신고가 대비 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전용 41.3㎡도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6억원에 거래됐다.

상계주공뿐 아니다. 하계동·월계동 등 노원구 내 다른 지역 역시 재건축 안전진단 추진이 활발하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장미아파트 전용 54㎡(6층)는 6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노원구 재건축 단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아파트 역시 소위 ‘키 맞추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998년 준공된 상계중앙하이츠2차. 아직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면 약 7년가량 남았지만 지난 5월 전용 134.97㎡가 1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8억2000만원을 기록한 후 1년 3개월 만에 2억2000만원 뛰었다. 중계동 신안아파트, 월계동 초안산쌍용스윗닷홈 등도 잇따라 신고가 대열에 동참했다.

▶노원 아파트 급등하는 이유

▷토지거래허가구역 제외 반사효과

노원구는 4월 4주 이후 약 2개월 동안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가격 상승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노원구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반면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는 지정 대상에서 빠졌다. 1차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에서 제외된 데 따른 반사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원구 내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인근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기존 조합설립 이후에서 안전진단 이후로 앞당기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6월 9일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사실상 입주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개발 구역은 정비 구역 지정 이후부터로 시·도지사가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즉 앞으로 서울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면 이후 주택을 매입해도 조합원 분양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아직 안전진단 단계를 밟지 않은 단지를 중심으로 막바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에는 안전진단을 아직 통과하지 않은 단지가 많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정밀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거나 예비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는 단지가 노원구에만 22개에 이른다. 이 과정에 있는 재건축 단지를 매수하면 정상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받을 수 있다.

상계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매물이 귀한 상황에서 매수 문의는 늘어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빠진 뒤 매수 수요가 증가한 데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발표 계획이 발표되면서 문의 전화가 더욱 늘어났다”고 말한다.

다만 서울시가 재건축과 관련해 투기 우려가 감지되면 즉각 규제를 가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노원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 용도로만 이용해야 하며 2년간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법제화 전까지는 예비안전진단이나 1차 정밀안전진단 통과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노원구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변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인데 지금처럼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정부나 서울시 역시 심각하게 구역 지정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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