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나, 아빠, 거인의 심장

이형석 2021. 6. 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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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이대호(39·롯데)의 생일은 6월 21일이다. 생일 하루 전 터진 개인 통산 341번째(역대 4번째) 홈런은 평소보다 더 의미가 있었다. 팀과 가족, 그리고 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 첫 타석에서 선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1사 1루 삼성 선발 이승민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시속 121㎞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5월 18일 한화전 홈런 당시 내복사근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한 후 33일 만에 추가한 홈런이었다.

그 순간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펄쩍 뛰며 기뻐하는 한 소녀의 모습이 잡혔다. 이대호의 딸 예서 양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내 신혜정 씨와 예서 양, 아들 예승 군까지 온 가족이 야구장을 찾았다.

이대호는 "딸이 열 살, 아들이 여섯 살이다. 두 아이의 친구들까지 내 존재를 알고 있다"며 "내가 홈런을 치면 딸과 아들이 더 좋아한다. 가족이 야구장을 방문하면 더 힘을 얻게 된다"며 기뻐했다.

그가 아빠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야구 선수 이대호'로 활약하는 것이다. 프로 야구 선수는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많고, 비시즌을 제외하면 늦게 귀가하기 일쑤다. 이대호는 "자녀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내가 공을 던져주면, 딸과 아들이 타격한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한동안 집에 있는 기간 아이들의 응원도 받았다. 이대호는 "재활치료 기간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으니까 '아빠는 왜 야구를 안 해? 아빠가 없으니까 (롯데가) 계속 진다. 빨리 (경기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천하의 이대호도 이번 부상을 당한 뒤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5월 18일, 타구가 담장 너머로 날아가는 동안 그는 가슴에서 큰 통증을 느꼈다. 이대호는 "타격 순간 바짓가랑이가 찢어지듯 근육에서 '찍'하는 소리가 낫다. 심한 부상임을 직감했다. 처음 경험했다"라며 "베이스를 도는 것도 힘들어 천천히 뛰었다. 사흘 동안 숨 쉬는 것은 물론 재채기도 힘들더라.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이대호 가족. 제공=이대호 닷컴

이날(20일) 홈런이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20년 지기 팬들이 준비한 생일 이벤트에 '결승포'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이날 그의 팬클럽 '이대호 닷컴'은 하루 앞당겨 생일을 축하했다. '우리 대장과 열정을 함께'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이대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생일 케이크도 마련했다. 또 선수단 전체를 위한 작은 선물도 전달했다.

이대호의 홈런으로 선제점을 뽑은 롯데는 끝까지 리드를 지켜 8-7로 이겼다. 그는 "생일을 챙겨준 팬클럽에 정말 감사하다. 내게 항상 힘이 된다"며 "21년째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주시고 좋은 일에 앞장서 주셔서 더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자신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이대호는 부상 전까지 타율 0.328, 8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모두 팀 내 1위였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에 접어든 베테랑 타자의 성적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해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타격감이 좋을 때 다쳐 아주 속상했다"라며 "복귀 후 두 경기에서 타격 포인트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는데 홈런이 나와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기뻐했다.

'거인의 심장'은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있다. 그는"내 나이가 많다. 이제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것보다 후배들이 잘해서 이기는 게 기분이 더 좋다"며 "오늘도 추재현이 두 차례 호수비를 했다. 후배들이 편하게 야구를 하도록 서포트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퓨처스(2군)리그 선수단에 피자와 커피를 돌린 것과 관련해선 "힘든 환경에서 고생하는 동생들이다. (2군 경기가 끝나고) 힘내라며 밥을 사주기도 했다. 내가 선배들께 받은 사랑을 똑같이 돌려주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또 "구승민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힘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던졌다. 마무리 (김)원중이와 함께 (맞더라도) 고개를 들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힘내고, 당당하게 다녀라'고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달 래리 서튼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후에도 여전히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이대호는 "아직 80경기가 남았다.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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