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 상호 공관 폐쇄 수순..단교 들어가나
대만과 홍콩이 사실상 단교 절차에 들어갔다. 대만-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만과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이 각각 상대 지역에 설치한 공관을 철수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간 관계가 냉각된 때에도 '중간 지대' 홍콩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당국 간 교류의 가교 구실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만과 홍콩의 관계 공식적인 관계 단절은 양안 관계가 심각히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21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홍콩 주재 대만 경제문화판사처 직원 7명이 체류 비자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대만으로 철수했다.
대만 외교부, 문화부, 교육부, 이민서 소속 공무원인 이들은 그간 홍콩에 사실상의 대만 측 외교 공관인 경제문화판사처에서 일해왔다.
이들이 철수하게 된 이유는 홍콩 정부가 체류 연장 조건으로 요구한 '하나의 중국 서약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양안 관계가 비교적 양호했던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시절까지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후 '하나의 중국 확인서' 문제는 양안 간 민감한 갈등 현안으로 부상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을 자극해 안보 우려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92공식 지지 의사도 명확하게 표현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이런 차이 총통의 태도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는 92공식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외교·경제·군사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중국 서약서’ 문제를 놓고 홍콩 정부와 대만 정부가 벌인 양보 없는 ‘치킨 게임’은 상호 공관 폐쇄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전날 7명이 철수하면서 주홍콩 대만 경제문화판사처에는 이제 단 한 명의 관계자만 남았다. 내달 체류 비자가 만료되는 이 사람까지 철수하면 2011년 문을 홍콩 주재 공관은 10년 만에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
홍콩이 대만에 둔 실질적 외교 공관은 이미 먼저 문을 닫은 상태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18일 대만 주재 경제무역문화판사처 운영 ‘잠정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관계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공관을 폐쇄한 홍콩 정부는 대만이 홍콩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를 지원하는 등 홍콩의 내정을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폭력 시위란 2년 전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를 말한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 역시 19일 대만 판사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홍콩처럼 대만과의 관계 단절 수순에 들어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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