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X파일에 낭비할 시간 없다" 윤석열 반격 준비완료
키워드는 실사구시, 공정·상식 회복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영입
정치권에 들끓고 있는 소위 ‘윤석열 X파일’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실체도 근거도 없는 걸 뭘 대응하느냐. 그런 곳에 낭비할 시간에 국민 실생활을 챙기는 쪽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며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 이런 인식이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본인과 처가 관련 각종 비리 내용이 담겼다는 X파일 의혹에 무대응 중인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이유와 자신의 정치 지향점 등을 제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이르면 27일께 발표될 출마 선언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①실사구시(實事求是)와 ②공정·상식 가치 회복이다.
첫 키워드인 '실사구시'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 부름으로 대선에 나서는 만큼, 사실에 입각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X파일 의혹 같은 소모적인 정치 공방에는 거리를 두겠다는 게 윤 전 총장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해 "아마추어적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윤 전 총장 측에선 지금껏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은 ‘무(無) 정치 경험’이 도리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여야 정치인과의 친밀 정도가 깊지 않고, 지역 토호와의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롭다 보니 '국민만을 위한 새 정치'가 가능할 것"이란 논리를 폈다.
이런 구상은 대선 캠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정책·공약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날 윤 전 총장은 공보라인을 제외한 첫 캠프 인사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과 예산실장 등을 지낸 그는 캠프의 재정·경제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실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알지 못한다. 곧 캠프를 방문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키워드는 공정·상식 가치 복원이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이 바라는 건 거창한 비전이 아니다.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상식, 공정의 가치를 다시 바로 세워달라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도 이에 방점을 두고 출마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정’은 윤 전 총장이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키워드이기도 하다. “정치수사”라는 여권의 공격속에서도 윤 전 총장이 '조국 수사'를 통해 공정이란 가치를 대한민국의 화두로 끌어올린 만큼 이를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공정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폭넓을 지지를 받는다면 편 가르기식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중도를 중심축으로 입지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출마 선언문은 주변 도움 없이 윤 전 총장이 직접 쓰고 있다”며 “내용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 같은데, 특히 ‘자유’에 방점을 두고 시장경제 수호라는 큰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윤 전 총장 대신 야권 인사들이 ‘X파일’ 의혹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등이 거셌던 만큼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이미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권을 겨냥해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라면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라면 즉각 내용을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은 페이스북을 통해 “X파일 논란을 계기로 당 차원의 야권 후보 보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X파일 논란은 공작정치 개시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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