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칼럼] 대선으로 낡은 시대정신 퇴출시켜야

김명호,논설고문 2021. 6. 2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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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나 대표들은
두 진영 주류와 관계없어
낡고 찌든 주류 기득권 청산
욕구는 이미 임계점 넘어서

지금 야권은 소멸 두려움으로
겉으로라도 생존의 몸부림을
보여주는데 여권 친문·586은
기득권 내줄 생각 전혀 없어

국민의 변화 욕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소멸 단계 들어갈 것

‘윤석열 악재, 최재형 부상’이 이번 주 들어 가장 큰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권을 지지하든 야권을 지지하든 여론의 관심사이다. 사회관계망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치 평론이나 분석, 찬반은 주로 이것에 집중돼 있다.

전 검찰총장 윤석열은 대변인 사퇴와 X파일 논란으로 사실상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난국을 맞았다. ‘어려울 수 있겠다’ ‘여권의 공작일 뿐’ ‘잘 해보셔’ 등의 격려, 비꼼이 뒤섞여 주말 내내 SNS를 달궜다. 난국 돌파 여부는 그의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매끄럽게 넘기면 지지율은 더 확고해질 게다. 감사원장 최재형은 본인이 대권 도전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자 어느 순간엔가 후보 지지율 5위에 올라섰다. 야당 일각에서도 대권 주자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확실하다. 병역 명문가, 대학 입학까지 친구 업고 등교, 두 아들 입양 같은 스토리도 입혀졌다. 여기에 야당에서는 ‘이준석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구체적 결과물은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겠지만) ‘꼰대 지역당’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도 일어났다.

여당을 보자. 여권의 가장 큰 현안은 대선 후보 경선 연기 여부다. 그런데 일반 여론은 관심 밖이다. 친문과 이재명계로 나뉜 이 문제는 누가 봐도 당내 권력 투쟁이고 세력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다. 당헌 당규를 만들어 놓아도 계파 이익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도 당헌 당규를 바꿔가며 후보를 냈으니 경선 일정을 변경하는 건 문제도 아닐 것이다. 일반 여론은 그런 행태에 싸늘한 무관심으로 대응한다.

앞으로 수많은 변곡점이 있겠지만, 지금 이 시점 정치의 중심은 야권이다. 문재인 정권의 높은 지지율 유지는 오로지 야당복 때문이라고 하던 때가 엊그제였다. 그랬던 지지율이 지난주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29.4%(리얼미터 조사)로 뒤집어졌다. 탄핵 정국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고치다.

이렇게까지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나타난 정치 현상들에는 관통하는 무엇이 있다. 윤석열 이재명의 확고한 양강 구도 지속은 두 거대 정당의 주류가 강력한 후보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론이 두 당의 주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런 흐름은 당내 의사 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야의 대표도 주류와는 상관없는 이들이 거머쥐었다. 이런저런 분석을 해도 친문과 586운동권 정치에 대한 거부감, 영남지역당으로 전락한 위기감이 각각 작용한 것이다. 특히 이준석 현상은 비문 여당 대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난 총선으로 궤멸 상태였던 야당은 성찰이 없고, 헌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아직도 그 당을 보면 희생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낡은 것으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는, 도저히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리라. 낡은 시대정신으로는 당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래도 현실 인식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다.

여당은 내년 대선에도 토착왜구와 검찰 개혁을 부여잡고 치를 모양이다. 말인 즉슨 시원하고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토착왜구는 우리 사고를 과거에 붙들어 놓으며, 검찰 개혁은 그 당당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기편 갖다 쓰는 인사와 우리 편 수사 방해로 오히려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쳤다. ‘닥치고 검찰 개혁’의 방향과 목적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내 이재명의 독주는 구호만 잔뜩 있고 무능과 위선에 찌든 586운동권의 낡은 정치에 종언을 고하는 현상이다. 낡은 시대정신은 사라지는 게 순리다. 586운동권 정치가 선한 의지로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낡은 기득권의 이익 보존을 위한 것일 뿐이다. 일부 586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애당초 선한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 악마화로 계파 이익을 위해 두려움 없이 계속 전진하겠다는 태도다.

작금의 정치 현상은 딱 한 곳을 가리킨다. 낡은 시대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낡은 가치를 부여잡고 있는 이들은 소멸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차기 대통령을 도구 삼아 낡은 흐름을 청산할 모양이다.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는 건 정치가의 책무라 했다(오토 비스마르크 프로이센 수상). 낡고 찌든 흐름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 변화의 욕구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김명호 논설고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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