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는 무용이자 철학.. 난, 양종예 부토를 춘다"

장지영 2021. 6.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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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이라쿠다칸 무용수 양종예
24~25일 韓 빛낸 스타 초청공연서
자신이 안무한 '봄의 제전' 선보여
"코로나로 댄스필름에 눈뜨게 돼"
일본의 부토 컴퍼니 다이라쿠다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겸 안무가 양종예가 24~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제18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양종예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토를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Koshiyama Daiga


일본의 부토(舞踏) 컴퍼니 다이라쿠다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겸 안무가 양종예(본명 양윤선·46)가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24~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제18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자신이 안무한 ‘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양종예는 지난 18일 국민일보와 만나 “한국에선 부토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부토는 하나의 철학이라 말할 수 있다”며 “한국 관객에게 부토를 보여줄 수 있어 흥분된다”고 말했다.

부토는 1950년대 말 일본에서 등장한 표현주의적 전위무용이다. 일본 주류 무용계에선 무시당했지만 70년대 말 유럽에 소개된 후 현대 무용계에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각광받았다.

72년 마로 아카지가 설립한 다이라쿠다칸은 75년 아마가츠 우시오가 창단한 산카이주쿠와 함께 부토의 양대 컴퍼니로 꼽힌다. 마로 아카지는 영화 ‘킬빌’ ‘기쿠지로의 여름’에도 출연했다. 82년 프랑스 아비뇽연극제에 초청된 다이라쿠다칸의 대표작 ‘카인노우마’는 일본의 전통신화와 서구의 기독교 문화 사이의 묘한 대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지옥 같은 악몽을 보게 만든다.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린 ‘한·일 우정의 해 춤 교류전-부토 페스티벌’에도 소개됐다. 경성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프로젝트그룹을 결성해 활동하던 양종예는 당시 이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일본행을 결심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 무용계는 장르 구분이 엄격했어요. 저는 젊은 혈기에 그런 고정관념에 저항감이 들었죠. 무용가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컸을 때인데 ‘카인노우마’를 보고 피가 확 끓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토를 알고 싶어 무작정 일본에 건너간 그는 다이라쿠다칸의 워크숍에 꾸준히 참여했다. 객원 무용수 출연을 거쳐 2009년 외국인으로는 처음 정단원이 됐다. 다이라쿠다칸에 입단해 깊숙이 접한 부토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무용의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지만 부토는 매우 철학적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나 테크닉보다 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인데요. 부토를 설명할 때 무용수가 자신의 육체를 마주하고 재인식한다는 의미의 ‘나를 지우고 나를 드러낸다’와 무용수 한 명이 각각 하나의 계파를 구성한다는 ‘일인일파’(一人一派)가 사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부토는 죽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초창기 부토의 형태는 최근 사라졌다. 부토를 표방하지만 일반적인 현대무용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도 적지 않다. 양종예는 “부토는 그동안 끊임없이 변화했다. 부토는 어떤 춤이나 어떤 삶에도 존재한다”면서 “부토 무용가 각각의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 나는 ‘양종예 부토’를 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종예는 ‘제18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자신이 안무한 ‘봄의 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래 온몸에 금분을 칠한 여성 무용수 4명이 출연하지만 한국 무대는 솔로 버전으로 고쳤다. ⓒKoshiyama Daiga


양종예는 다이라쿠다칸에서 무용수로 작품에 출연하는 한편 2013년부터 안무가로도 종종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일 작품은 ‘봄의 제전’은 최신 안무작이다. 온몸에 금분을 칠한 여성 무용수 4명이 출연하지만 한국 무대는 솔로 버전으로 고쳤다. 그는 “제사에 바쳐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공연의 특징은 에로티시즘, 그로테스크, 난센스”라고 설명했다.

'봄의 제전'은 양종예가 안무와 연출을 맡은 동명 댄스필름을 위해 만들어졌다. ⓒKoshiyama Daiga


‘봄의 제전’은 코로나19로 다이라쿠다칸이 공연을 못 하게 돼 나온 작품이다. 다이라쿠다칸이 유튜브 채널을 처음 개설한 뒤 단원들은 자신의 일상 속 춤 메소드를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이를 계기로 영상에 흥미를 느낀 양종예는 도쿄도가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영상 공모에 응모해 당선됐다. 일본 문화청에 댄스필름 제작 지원도 신청해 뽑혔다. 댄스필름의 제목이자 그 안에 포함된 작품이 ‘봄의 제전’이다. 이 댄스필름은 도쿄다큐멘터리영화제 관계자의 추천으로 중장편 부문에 출품됐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해 괴로웠지만 영상에 관심을 갖고 댄스필름에 눈뜨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코로나19 공포에 맞먹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예술의 가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결과적으로 저를 성장하게 한 것 같아요.”

양종예는 일본에서 한국어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나오는 한국어 안내 방송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일본 NHK 방송의 한글강좌에서 ‘양종예의 1분 한글’ 코너도 진행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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