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미 조기긴축 시그널 '백신 효과' 톡톡.. "6월 FOMC는 영리했다"

이동훈 2021. 6.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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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부터 인플레이션 확산 공포에 시달려온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2023년으로 1년 앞당기는 등 조기긴축을 시사하고 나서자 의외로 차분해졌다. 이날 1.5%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하루만에 1.4%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누그러졌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의 조기인상 시그널과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의 예고만으로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대신증권은 21일 보고서에서 그동안 인플레를 가리키는 각종 징후들에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입장표명을 반복해온 연준의 태도는 인플레 통제력 상실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 FOMC에서 물가 상승 지속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인플레 기대 진정과 완화적 정책 지속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김지윤 연구원은 “당장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후퇴로 인한 시장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인플레 급등으로 인한 시장붕괴라는 더 큰 리스크를 이연시켰다”면서 “연준이 영리한 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연준의 신중한 테이퍼링 접근을 고려할 때 긴축발작을 재연하기보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망령은 기우?

지난 18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내년 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발언하자 다우지수가 1.58%나 떨어지는 등 미 증시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준의 조기긴축 신호를 경기개선에 따른 통화정책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위한 첫단추를 꿰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완화 기조를 고수해온 연준이 매파로 변신한 것은 금리를 당초 예고했던 2024년보다 앞당기더라도 경기회복 속도가 그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입장에서는 최근 10년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와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 수익률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가 2008년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조기긴축 충격이 크지 않을 것임을 반영한다.

가계의 경우도 경기호조로 수입이 많아지게 되면 인플레 확산으로 늘어나는 소비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일주일 동안 주식 예치금을 지난해 평균치의 3배나 되는 280억 달러나 늘린 것은 금리인상 위험보다는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수익 확대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플레 확산에 대비하기위해 두드러졌던 이른바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행태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주 뉴욕 증시에서 성장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국내 코스닥 지수도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000선을 재돌파했다.

도이치 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적당한 인플레와 동반되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지속적으로 주식 시장에 활기를 줄 것이라며 특히 성장주의 복귀에 주목했다. 뱅크오브 어메리카 서베이 결과에서도 펀드매니저들의 4분의 3이 성장주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주가는 출구전략 이후 더욱 탄력

조기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이 빨라지고 규모도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더라도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6월 FOMC 이후 유로달러 선물시장에 반영된 금리인상 횟수가 반등했지만 지난 3월말의 고점(7차례 인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테이퍼링 우려는 이미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업수익률 호조가 테이퍼링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UBS그룹 리서치 결과 연준이 연간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거둬들일 경우 S&P500 지수는 3%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향후 2년간 기업들이 거둬들일 연간 수익률 10%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 역대 증시는 출구전략 이후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놀라운 복원력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연준이 처한 상황은 9·11테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대적인 금리인하에 나섰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2004년 출구전략을 구사할 때 딜레마에 처했던 때와 비슷하지만 당시에도 당초 전망과 달리 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장기 채권 금리가 떨어져 시중 자금사정이 더 여유로워지고 주식시장은 S&P500지수가 13% 상승하는 등 랠리를 이어갔다. 2013년에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으로 6% 빠졌던 S&P500지수는 이후 연준이 2년간 기준금리를 9차례나 인상했음에도 29.6%나 상승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현 연준은 2차 대전이후 최대 위기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막기위해 달러를 찍어 매입한 자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8조 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시중 은행들 입장에서는 테이퍼링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들의 잉여 유동성을 보면 2019년 팬데믹 이전의 3조2100억 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난 6조7400억 달러에 달한다. 2009년 금융위기 이전의 3000억 달러 미만 수준과 비교가 안되는 규모다. 은행권의 채권 보유금액도 지난해 6월초 3조2000억 달러에서 1년만에 1조 달러 가량 증가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테이퍼링 방패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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