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도봉구 전셋값도 10억원 시대..심상치 않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김원 2021. 6.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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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년 동안 단 한 주도 내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왔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원을 넘었다. 금천구, 도봉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중형(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도 1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1일 전·월세 신고제 시행으로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신고제)이 완성된 이후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전세 공급을 막으면서, 오히려 무주택 세입자의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전셋값 20억원, 금천·도봉도 10억원

KB부동산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6억1451만원으로 지난 4년간 44.2%(1억8832만원)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용면적 85㎡ 미만의 전세 보증금 최고가가 10억원을 넘는 지역이 15곳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에서는 이미 20억원을 넘은 지 오래다. 지난 10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34층)이 2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이 단지의 해당 면적이 21억원에 거래됐는데, 5개월 만에 2억원이 올랐다. 서울 외곽 지역 전셋값도 10억원 근처에 도달했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84.97㎡(9층)는 지난달 20일 보증금 9억4400만원에,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 84.81㎡(21층)는 9억4300만원에 계약됐다. 5개월 전 도봉구와 금천구의 중소형 전세 보증금 최고가는 각각 6억원, 7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서초구에서 시작해 주변으로 번진 전셋값 상승

2·4 대책 이후 잠시 안정을 찾던 서울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전주 대비) 올랐다. 서울의 주간 전셋값 상승 폭은 일주일 전(0.08%)보다 커졌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급증한 서초구 일대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서초구 전셋값은 0.56% 올라 주간 상승 폭으로는 2015년 3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컸다. 특히 한 달 전(지난달 10일 기준) 전셋값 상승률(0.04%)과 비교하면 대폭 확대했다.

서초구에서는 반포주공 1·2·4 주구(2120가구)를 비롯해 신반포 18·21차 등 올해 하반기 지역 내 재건축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서초구의 전셋값 폭등은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작구(0.20%), 송파구(0.15%), 강동구(0.14%), 강남구(0.10%) 등 전셋값 오름폭도 커졌다.


겹규제가 막아선 전세 공급

전셋값이 오르는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1만9734건이다. 전세 매물이 2만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21일 이후 5개월 만이다. 한 달 전(2만1396건)과 비교하면 7.8% 감소했다. 1년 전(4만4000건)과 비교해선 절반 이상 줄었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9.7로 일주일 전(108.5) 대비 1.5포인트 높아졌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인데, 4주 연속 오름세다.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겹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월세 상한제에서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료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한다. 그러자 집주인들은 신규 전세를 계약할 때 전셋값을 대폭 올려받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면적에서 전셋값이 두배까지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도 심화했다. 다주택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 ‘이중 가격’ 현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내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만 가구가량 줄어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고 보고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을 억제한 후유증이다. 여기에 집주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8·2 대책에서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에 2년 실거주 의무를 추가했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에 대해 6개월 내 전입하도록 했다.


대책 없는 전세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울의 전세 시장 불안이 하반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 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2·4 대책 등을 통해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지만, 최소 3년 후에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다. 3기 신도시 등 청약 대기 중인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시장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을에 본격적인 이사 철에 돌입하면 전셋값 상승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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