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스프링클러'의 진실은?.."8분간 꺼져" VS "루머일뿐"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놓고 소방당국과 쿠팡 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했다면 화재 초기 진압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고의로 꺼놨다면 대형 화재로 번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노조는 쿠팡이 평소 물류창고의 화재에 대비한 소방통로도 확보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안전교육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프링클러 작동을 놓고는 소방당국이 21일 기존과 달리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소방 관계자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 작동이 지체됐다'는 건 초기 조사 결과"라며 "나중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조사는 화재 초기 소방대 활동과 관계인 진술을 바탕으로 한다. 소방대 도착 당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고, 다만 관계인이 '한 8분 정도 물이 안 나왔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 과정에서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청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힌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소방 당국의 현장 조사 결과가 아닌 화재 당시 현장 관계자의 진술에 따른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쿠팡은 "스프링클러 작동이 지체됐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소방당국이 현장 감식을 한 이후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실시할 소방당국의 현장 감식에서 스프링클러가 주요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는 기록을 살펴보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지연 작동이나 현장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창고 안에서 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해 물을 헤드(물을 뿜어내는 스프링클러 설비 부품)로 보내고, 헤드가 다시 감열(感熱)을 해 헤드가 터지면 물이 나오는 식으로 작동한다"며 "(물류창고가) 넓다 보면 감지기가 신호를 보내도, 헤드가 (열을) 감지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프링클러가 제때 켜졌어도 창고에 쌓인 짐 등에 가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화재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는 지난 18일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둔 스프링클러가 지연 작동됐다”며 “평소 화재 경고 방송 오작동이 많아 (현장 노동자들은) 당일 안내된 경고 방송도 오작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당시 “노조가 쿠팡이 평소 스프링클러를 꺼두었다는 근거 없는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며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 도착 당시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반박한 바 있다. 만약 누군가 스프링클러를 고의로 꺼 놓았을 경우에는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쿠팡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과 쿠팡이 평소 안전 교육을 했는지 여부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한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이날 “덕평물류센터에서 3년 넘게 일한 분들도 '한 번도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 등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소방 통로도 없고 대피할 수 있는 출입구도 한 곳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또 "그나마 화재가 심야 시간대에 발생했으니 망정이지 낮 조 2000여명이 근무할 때 불이 났으면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물류 창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화재 대피 요령을 포함한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 당국과 경찰은 현재 쿠팡의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지하 2층의 선풍기 콘센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2층은 주로 상품 입고(IB)가 이뤄지는 곳이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6분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에 대한 초기 진압이 이뤄진 건 19일 오후 12시 30분쯤이다. 화재 닷새째인 21일엔 2차 안전 정밀 진단이 이뤄졌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태희 이어 비도 청담동 빌딩 매각…시세 차익 327억
- 배현진 "문준용, 지원금 면접 때 얼굴 드러냈다" 특혜 해명 요구
- "최재형, 짐 싸기 시작" 사퇴 임박설에…청와대는 불편하다
- 쌍둥이 아빠된 우사인 볼트···아들 이름 '천둥', 딸 이름은?
- 제왕절개하다가···신생아 딸 얼굴에 깊게 칼 그은 병원
- "알몸에 오물 뒤집어 쓰고···" 감금폭행 딸 본 엄마의 절규
- 30년 넘게 '나라살림' 맡았던 이석준, 윤석열 대선캠프 합류
- 성폭행 당한 후 3층서 추락했지만…법원 "성폭행만 유죄"
- 이제훈 발굴한 퀴어 영화감독이 '악귀' 이홍내 '픽' 한 사연
- 폭발로 솟구친 물기둥···그 옆 미 항모, 꿈쩍도 안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