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사고에 불매 여론까지 '난감'..이커머스 재편 영향은?
최대무기인 '빠른 배송과 충성 고객', 부정 여론에 영향 받을 수도
최근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사고에 이어 불매운동 여론까지 확산되면서 쿠팡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재편되는 중대한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에 직면하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 및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쿠팡 탈퇴’ 등 관련 게시물이 수만개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탈퇴 인증샷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단순 화재사고 보다는 쿠팡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데에 분노하는 분위기다. 사고 발생 후 32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 입장을 발표했고, 그동안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이슈 등 쌓였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불매운동으로 표출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사고 발생 날 김범석 의장의 사내이사 사임 소식까지 겹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김범석 의장의 사내이사 사임논란은 상당 부분 오해가 있다는 게 쿠팡 측의 해명이다.
쿠팡은 화재사고가 발생한 17일 김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자리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임한 시점은 지난달 31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 의장의 사임소식과 화재사고 소식이 겹치면서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임한 것처럼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물러난다는 발표를 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의 불매운동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 3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업계 재편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을 잡고 반쿠팡 연대를 형성하고 있어 쿠팡의 다음 행보가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인 탓이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경우 상당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4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채널이 벌였던 10원 전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쿠팡도 난감한 상황이다. 쿠팡은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현재까지 물류센터에만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할 정도로 배송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연대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를 뚫고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 물류센터 확대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가 터지면서 이전처럼 속도전에만 몰입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또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충성고객 이탈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다른 이커머스와 비교해 쿠팡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배송과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수도권 최대 규모 중 한 곳이 전소된 상황에서 고객 이탈까지 늘어날 경우 쿠팡이 가진 가장 큰 무기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의 화재사고를 두고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물류센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른 배송이 경쟁력이 되면서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철저한 안전관리 또한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과 좋은 상품만이 최고의 가치가 아닌 시대”라며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GS리테일 젠더갈등부터 쿠팡 화재사고까지 ESG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사례가 됐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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