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기다려~ 토스뱅크 본인가 받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수호 2021. 6. 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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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1982년생/ 서울대 치의학과/ 다보트 대표/ 제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비바리퍼블리카 대표(현)
‘드디어 은행업까지 진출’.

‘토스’라는 이름으로 간편송금 시장을 개척한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이번에는 ‘토스뱅크’라는 이름으로 은행 사업에 도전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오는 10월이면 본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대외 연계 테스트, 상품 라인업 등 문 열기 전까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스뱅크가 출범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를 비롯해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PG), 토스인슈어런스(GA)로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번 토스뱅크까지 문을 열면 기존 금융사나 대기업이 아닌 핀테크 유니콘이 주축이 돼 설립하는 첫 번째 은행을 세우는 것은 물론 금융지주 회사 면모까지 갖추게 된다.

토스뱅크는 앞으로 여러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초대 은행장이라 할 수 있는 토스뱅크 대표로 홍민택 씨가 선임됐는데 그의 나이는 올해 39세(1982년생). 은행권 최연소다. 출범 첫해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 신용자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기존 은행과 차별화할 만한 요소다.

이처럼 경직된 금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이가 바로 비바리퍼블리카 창업자 이승건 대표(39)다.

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창업은 공중보건의를 할 때 구상했다고. 그는 “(의사도 좋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정치가가 되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대신 기술 혁신으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세상을 바꾼 장 자크 루소 책에 심취, 루소의 책이 프랑스 대혁명에 사상 기반이 됐던 것처럼 당시 민중들의 구호 ‘공화국 만세’라는 뜻을 담은 ‘비바리퍼블리카’를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물론 창업 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사업, 투표 앱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획기적인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미친 만족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들끼리 더치페이를 하거나 회비를 모을 일이 많은데 일일이 계좌번호로 주고받는 불편함이 떠올랐다. 의외로 이런 서비스를 하는 앱이 없었다. 그길로 만든 게 ‘토스’다.

MZ세대인 20~30대는 열광했다. 전체 이용자 2000만명 중 절반이 2030세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디지털 서비스에 눈을 뜬 40~50대 가입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매출액도 2016년 3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89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67%에 달한다.

“어떤 서비스든지 소비자에게 가장 최고의 사용 경험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화면 단위로 그려냅니다. 이후 해당 사용 경험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되는 법령과 사업 구조를 생각하면서, 사용 경험을 수정·보완하기보다는 법령과 사업 구조를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의 경영 철학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대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회사 방향을 정했다. 혁신적인 보험 컨설팅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의 보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자회사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한 것은 기본. 올해 3월에는 토스증권이 출범, 서비스 2개월 반 만인 6월 4일 350만개 계좌를 달성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4월 한때 하루 최대 50만개 계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참고로 국내 개인 계정 1위 증권사는 MTS(모바일 증권 거래 서비스)를 내놓은 뒤 200만개 계좌까지 가는 데 7년 이상 걸렸으며, 카카오뱅크의 하루 최대 계좌 개설 수가 33만5000명(2017년 7월)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여기서 ‘토스’가 또 하나 차별화한 것이 있다. 이른바 ‘원앱(One-app)’ 전략이다. 종전 시중은행만 해도 전개하는 앱이 10여개 이상이다. 부동산, 신용 관리, 은행 계좌 등 용도에 따라 전략 없이 만들다가 생긴 일이다. 이 대표는 은행, 증권, 결제, 자산 관리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토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원앱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하나의 앱에 증권,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모은 회사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토스는 모바일 금융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이 필요한 순간 고객들의 모든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쉽고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토스증권은 이미 토스 앱 내 ‘주식’ 탭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4분기 출범할 토스뱅크도 토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00만 토스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토스뱅크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통합적이며 완결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여타 금융 앱과 차별화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과제는 없나

▷자체 신용평가 모델 통할까

물론 ‘토스’가 계속 성공 신화만 쓰는 것은 아니다. 이면에는 여러 풀기 어려운 숙제도 많다. 수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창업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보지 못했다는 점이 최고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토스의 영업손실만 725억원에 달한다. 물론 회사 측은 상당히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항변한다. 회사 관계자는 “토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줄어들었다. 토스 본체의 플랫폼 비즈니스 영업손실은 전년 1154억원에서 224억원으로 감소했다. 토스가 연간 기준 매출 성장과 손익 개선을 동시에 이룬 게 2015년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은행업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뒤따른다. 케이뱅크 사례에서 보듯, 은행이 예금, 대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금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토스뱅크에는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등 전통 금융사도 주주로 들어와 있지만 계속된 유상증자에 매번 따라 들어가기 힘들 수 있다. 그만큼 성장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중금리대출 30% 목표도 설왕설래다.

한 은행 임원은 “인터넷은행들이 저마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모델(CSS)로 중금리신용대출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잘 가동되지 못했다. 신용평가모델은 오랜 기간 검증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신흥 사업자가 이를 뛰어넘는 모델로 중금리대출을 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고 못 박았다.

물론 토스뱅크 입장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토스뱅크 CSS는 기존 개인신용평가사(CB사) 신용점수 체계를 1차적인 검증 장치로 쓰고, 여기에 더해 토스 고객 수백만 명의 카드, 계좌 내역, 부동산 정보 등 비금융 대안 신용 정보를 활용한 것이 특징. 소득뿐 아니라 자산 정보까지 고려해 실질 소득을 산출해 상환 여력을 평가하려고 한다. CSS 시뮬레이션 결과,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의 30% 이상이 기존 등급보다 상향 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금융 이력 부족)는 이유로 대출이 필요할 때 받기 어려운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토스뱅크가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분명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한 것만은 확실한 토스. 이승건 대표의 ‘원앱’ 전략, ‘미친 만족감 선사’ 전략이 새로운 사업에서도 먹힐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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