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일당백'직원이 좋은 결과 못 냈다고 비판하다간

최인녕 2021. 6.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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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31)
P사장에게 믿음직한 직원이 있다. 바로 직원 열 명 몫을 해내는 백과장이다. 백과장은 매년 사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며, 어떤 어려운 일을 맡아도 끝까지 노력해 완수해내는 열정적이고 유능한 직원이다.

지난 1년간 백과장이 맡은 TF팀의 직원 평가서에는 의외의 내용이 많았다. 함께 일한 팀원들은 백과장에 대해 ‘보고 배울 점은 많으나 완벽주의자 기질이 심함’, ‘성과가 본인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팀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음’, ‘본인이 받는 압박이 팀원들에게 전해짐’ 등의 피드백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 백과장이 맡은 TF팀에 퇴사자가 부쩍 많이 생겼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워커홀릭 직원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약점이 있다. 일과 성과에 집중하느라 팀원, 동료, 상사 등의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진 pixabay]


P사장은 백과장과 티타임을 가지며, 백과장이 보여준 TF팀 리더쉽과 팀워크에 대한 충고를 했다.

“사장님, 저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납품 기한을 맞추는 게 가장 시급합니다. 직원들 개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일일이 챙길 만큼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팀워크 이슈는 이번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P사장은 백과장의 예민한 반응에 적잖이 놀랐다. 직원들의 이탈 사안이 중요해 조언했는데, 백과장의 어조가 상당히 공격적이었던 것이다. 백과장 역시 P사장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회사 일이라면 마다치 않고 늘 먼저 자원했을 뿐만 아니라,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도 모두 거절한 자신에게 P사장의 충고는 큰 상처가 됐다.

TF프로젝트가 끝나고, 뜻밖의 장기휴가를 낸 백과장을 보며 P사장은 불안했다. 본인의 충고 때문에 백과장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장기휴가 후 돌아왔을 때 전처럼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TF 팀원들 대다수가 팀 이동을 희망하고 있었다. 설상가상 TF팀 업무 강도가 워낙 높다고 소문이 난 것과 백과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TF팀에 지원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직원도 챙겨야 하고, 일당백 하는 백과장도 놓칠 수 없는 P사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놓치거나, 잃거나
사실 백과장 같은 직원은 사장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인재다. 업무에 대한 집중력과 책임감이 강하며, 항상 100% 이상의 성과를 내고, 조직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능동적이고 도전적으로 일하는 직원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워커홀릭 직원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약점이 있다. 일과 성과에 집중하느라 팀원·동료·상사 등의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완벽하게 처리한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판이 들어오면 예민하게 방어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런 유형의 직원이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리더십을 배우지 않고 조직의 리더로 성장한다면 조직 내의 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는 역량 있는 직원을 잃거나, 또 다른 인력 손실의 위험이 있는 셈이다.

백과장 같은 유능한 직원을 놓치지 않으려면, 혹은 백과장 때문에 다른 직원들을 잃지 않으려면 P사장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완벽한 직원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리더십
P사장의 사례는 조직의 리더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리더가 놓칠 수 없는 직원, 유능한 직원에게 ‘이 직원은 이런 단점만 고치면 완벽한데’라는 아쉬움과 욕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도 잘하는데, 단점까지 고쳐 나가는 훌륭한 직원은 리더의 노력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완벽한 직원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리더십, P사장에게는 백과장과 같은 직원을 관리하는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업무적으로는 적극적 위임, 직원 간 업무의 명확한 구분 및 역할 분담으로 동기부여 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백과장처럼 책임감 강한 직원은 ‘리더가 직원인 당신을 믿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맡긴다’는 것을 인지할 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과물을 본 후 정서적인 지지도 필요하다. 좋은 성과를 냈을 때 그의 공적, 업무 능력, 열정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고 인정하면 백과장은 다음 업무에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사에 좋은 결과를 만드는 직원일수록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유독 감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기대 이하의 결과를 만들었을 때는 질책보다 다독임이 더 효과적이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데 이미 본인 스스로 큰 실망감과 자책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더는 ‘백과장이라면, 분명 다음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신뢰를 보내며 번아웃 되지 않도록 다독이는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직원의 업무 역량 발휘에 훨씬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 일 잘하는 완벽한 직원이 개인 성과뿐만 아니라 팀 성과까지 이끌어내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 동료나 팀원과 협업하고 팀 성과를 내는 법을 조기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사에 좋은 결과를 만드는 직원일수록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본 경험이 적다. 그래서 완벽하게 일한다고 인정받던 직원이 비판을 받을 경우 감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 팀워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직원들이 상호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익숙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직원의 리더십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팀 성과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즉, 리더가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완벽한 직원의 탁월한 업무 역량이 팀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종종 한 팀에서 일 잘하는 팀원에게만 일이 몰리거나 소수의 직원이 팀 전체의 성과를 이끄는 경우가 있다. 리더가 팀원 간 역할과 책임을 구분해주지 않는다면 직원 개인의 역량이 고루 발전할 기회도, 백과장 같은 직원이 ‘팀 성과의 중요성’을 알 기회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조직이 책임감과 열정, 업무 역량까지 겸비한 인재를 품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여기에 완벽한 직원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리더십까지 더해진다면 모든 리더의 고민인 조직 성장은 당연하지 않을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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