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AANG주 고공행진..금리안정 힘입어 성장주 시대 다시 오나

김기진 2021. 6. 21. 13: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증시를 대표하는 성장주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가가 상승 기류를 탄다. 미국 국채 금리가 고점 대비 하락한 것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주가 이를 계기로 다시금 고공행진할 수 있을지 투자자 이목이 집중된다.

글로벌 증시를 대표하는 성장주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가가 상승 기류를 타며 투자자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배송 예정 상품을 분류하는 아마존 직원. (아마존 제공)
▶아마존 6월 들어서만 6% 뛰어

▷부진하던 아크 ETF도 반등

6월 초 3200달러대에 머물던 아마존은 6월 16일 3415.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 들어서만 6.1% 뛰었다.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것과 대비된다. 한동안 등락을 반복하던 애플 역시 6월 16일 130.1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1개월 상승률 3.07%를 기록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알파벳)도 1개월 동안 각각 5%, 5.5% 올랐다.

엔비디아와 트위터 등 FAANG에 속하지 않는 성장주 중에도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곳이 많다. 최근 한 달간 엔비디아는 25.7%, 트위터는 14% 뛰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원격의료 기업 텔라닥 등 고속 성장하는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으로 유명한 아크 이노베이션 ETF도 부진을 털고 우상향한다. 6월 16일 기준 1개월 상승률이 10.9%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며 성장주에 힘을 실어줬다고 분석한다. 금리 상승은 통상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고 유동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성장주는 금리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0.5%대까지 하락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3월 1.7%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6월 들어서는 1.4~1.5%대 사이에서 움직이며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

▶성장주 주도 장세 이어질까

▷광고 단가 상승, 소비 심리 회복 호재

단 성장주 반등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측은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확률이 낮고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성장주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에는 가치주가 각광받았지만 기저효과가 소멸하면 다시금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측은 “상반기에는 가치주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여름은 성장주가 유리한 환경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이후 코로나19가 만들어준 기저효과에서 벗어나면 가치주의 상대적인 매력이 줄어든다. 성장주 중 기저효과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는 업종을 담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메가 트렌드라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FAANG을 비롯한 성장주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지만 단기적인, 여파가 작은 악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기업별 호재도 여럿이다. 알파벳과 페이스북은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 수혜를 본다. 두 기업 모두 광고가 핵심 사업인데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며 광고 수요가 줄고 단가가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소비 심리 개선에 힘입어 광고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애플 역시 5G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인 만큼 소비 심리가 반등하면 실적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넣은 맥북을 선보이고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이 고속 성장한다.

▶美 금리 인상 시점 예의 주시해야

▷반독점 규제도 변수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서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구간이 끝났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기 회복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정책 지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경기민감 가치주 우위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6월 16일(미국 현지 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 자산 매입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예상한 2.4%에서 3.4%로 올렸다. 2023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는 것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보다 인상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뜻이다. FOMC 위원 18명 가운데 13명이 2023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11명은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점쳤다. 2023년 말까지 현행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위원은 5명에 그쳤다. 2022년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 위원도 7명이나 된다. 3월 회의 때 4명이 2022년, 7명이 2023년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한 것과 대비된다.

이번 FOMC 회의 결과를 두고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던 것으로 평가 된다.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물가 상황과 이에 따른 정책 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장주를 대표하는 IT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다는 것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미국 하원은 최근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빅테크 기업이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이해관계 상충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을 쪼개거나 해당 사업부를 강제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아마존닷컴에서 자사 제품을 우대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대형 테크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할 때 반독점 소지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과 M&A 시 경쟁당국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올린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리나 칸 교수는 ‘아마존 저격수’로 알려진 인물. 2017년 초 발표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미국 반독점법이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금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태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내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활동하며 IT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심층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리나 칸이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FTC 위원장이 된 것은 미국 양당이 모두 빅테크 기업 독점을 더 강력하게 규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빅테크 기업을 비판해온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기술주 강세를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규제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성장주가 다시 완전한 주도주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