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실적 개선·배당 매력..지주사, 만년 저평가주 벗어나나

김기진 2021. 6. 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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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저평가주’ 꼬리표를 달고 외면당했던 지주회사가 모처럼 투자자 관심을 끌며 재평가받고 있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자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승승장구한다. 배당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투자자 심리를 자극한다.

‘만년 저평가주’로 알려졌던 지주회사 주가가 고공행진한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사옥. <매경DB>
▶주가 고공행진 두산

▷구조조정·신사업 덕분에 부활

주가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두산이다. 두산은 6월 16일 9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상승률이 무려 78.5%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존폐 기로에 섰다는 의견을 냈다. 중공업, 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부진하고 자금난에 시달린 탓이다. 하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전략이 효과를 내자 평가가 달라졌다.

두산은 1990년대 말부터 사옥으로 쓰던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지난해 매각하고 동박 생산 업체인 두산솔루스, ㈜두산 유압기 사업부 모트롤BG 등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여기에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순차입금을 4조4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낮춘다면 그룹 신용등급이 높아질 수 있다. 기존 대형 원전, 석탄 중심 구경제에서 풍력, 가스터빈, 소형 원전, 수소 등 신경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성장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된다. 채권단 관리에 들어서며 축소된 배당도 예전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제시했다.

네오위즈홀딩스도 올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네오위즈홀딩스는 1월 1만6000~1만7000원대에서 움직이다 4월 4만원대 중반까지 급등했다. 이후 하락해 6월 중순 기준 3만원 선에 거래 중이지만 연초 이후 6월 16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86%로 여전히 높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뛰며 투자 열풍이 불고 가상자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오위즈홀딩스 자회사인 네오플라이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투자하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한다.

핵심 자회사인 네오위즈가 게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도 투자자가 반길 만한 사안이다. 1월 선보인 2D 액션 게임 ‘스컬’이 서비스 시작 5일 만에 판매량 10만장, 10일 만에 20만장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사 메구스타게임이 개발 중인 PC·콘솔 게임 ‘언소울드’ 퍼블리싱(유통) 계약을 맺었다. 3분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게임 ‘블레스 언리쉬드’도 PC 버전 서비스 시작을 눈앞에 뒀다. 5월 진행한 테스트 서비스에서 이용자 40만명이 참여한 기대작이다.

▶실적 개선 기대 아모레G

▷경제 정상화에 화장품 수요 증가 예상

아모레G와 CJ는 경제 활동 정상화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목받는다.

아모레G는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화장품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화장을 아예 안 하거나 눈화장 등 최소한만 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아모레G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온 탓에 특히 타격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2019년 4982억원에서 지난해 1507억원으로 급감했다. 6조원대였던 연간 매출은 2020년 4조930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경제 정상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화장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면세점 매출 역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나섰고 뷰티 전문 MCN 기업 디밀에 투자하는 등 디지털 판매 강화에 나섰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 1분기 아모레G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191% 증가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핵심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이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니스프리와 에스트라 등 주요 브랜드 매출 성장률도 플러스로 돌아서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주요 브랜드가 이커머스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인데 오프라인 로드숍 비율이 10~20%대까지 하락하며 고정비 부담이 완화됐다. 점포 수는 줄었지만 외부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점포당 효율성이 높아지며 실적이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재도약 기대감에 주가는 벌써부터 상승세다. 6월 16일 종가는 7만5400원, 연초 이후 상승률은 39.6%다.

CJ 역시 지난해 CJ CGV(영화관), CJ프레시웨이(식자재 유통, 단체급식), CJ푸드빌(외식) 등 일부 계열사가 코로나19 충격에 흔들리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본격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를 비롯한 외식 브랜드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CJ푸드빌은 직영점이 2019년 1분기 230개에서 지난해 말 92개로 감소했다. 점포 수 축소로 매출은 감소하겠지만 고정비가 줄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H&B(헬스&뷰티) 시장이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치며 점유율 50%인 CJ올리브영 독주 체제가 공고해진 만큼 실적 성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당 수익 노린다면

▷효성·현대중공업지주 눈길

쏠쏠한 배당 수익이 기대되는 종목은 효성과 현대중공업지주다.

효성은 수년째 DPS(주당 배당금) 5000원을 유지해오고 있다. 2020년 배당수익률이 6.5%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효성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실적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며 배당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효성은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지분을 20% 내외, 효성중공업 지분을 32%가량 보유했다. 4개 계열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액은 3조5621억원, 영업이익은 4088억원이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058억원)을 넘어섰다. 교통 안전 장비 업체 효성티앤에스 등 비상장 계열사는 1분기 실적이 부진했으나 지연됐던 수주가 재개되며 회복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자회사 실적이 고르게 개선되는 가운데 지난해 말 효성캐피탈을 매각해 현금이 충분하다. 향후 DPS가 1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중간배당을 예고했다. 2월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주력 사업 부문인 조선·정유·건설기계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액면분할과 중간배당으로 많은 투자자가 주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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