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지금이 터닝포인트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주는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 이목이 쏠린다.
6월 16일 코스피지수는 3278.68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3280선을 웃돌며 지난 1월 11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까지 갈아치웠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3200선을 처음 돌파하며 들썩였던 올 초와는 달리 차분하다.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부진과 거래대금 감소까지 더해져 마냥 축포를 쏘아 올릴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10% 이상씩 빠져 있는 상태다. 올해 1월 40조원을 웃돌던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 포함) 역시 24조원대로 줄었다. 다만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등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는 한편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매수세로 돌아선 외국인이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어 반도체 업종은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있고, 반도체 장비 시장도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가 예상된다. 공급 부족 현상과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현재 주가가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현재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강세
반도체주 주가 상승 전망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실적이다.
반도체 업황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활성화로 특수를 맞으면서 초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매출 전망이 상향 조정된 가운데 특히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 수혜가 기대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은 5272억2300만달러(약 595조4984억원)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전망치 10.9%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 조정된 수치다.
분야별로는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큰 폭의 매출 성장으로 슈퍼사이클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을 전년 대비 31.7% 증가한 1547억8200만달러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7.6%보다 24.1%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WSTS 측은 “광학 반도체, 마이크로컴포넌트IC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제품군이 올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호황 전망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올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고, 모바일용 D램 공급 부족 지속에 따른 가격 상승도 기대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총합은 전분기 대비 0.5% 증가한 1313억2500만달러(약 148조3841억원)로 집계됐다. 통상 반도체 업계 비수기로 여겨지는 1분기 매출이 성수기인 4분기를 넘어선 것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역동성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옴디아 측은 “1분기 반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4.7% 정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9월 새 학기 개강부터 연말 성수기까지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듬해 1분기부터는 비수기로 접어들며 매출도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겹치면서 반도체 업황이 이례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코로나19로 PC와 모바일 기기 등 수요가 급증했고, 수급난으로 반도체 부품의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6월 외국인 9000억원 순매수로 베팅
반도체 전체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은 전분기 대비 6.2% 증가한 메모리 반도체였다. 이 가운데 D램은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9.1% 증가한 193억달러(약 21조8129억원)를 기록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이 분야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개별 기업별로는 186억7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인텔이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157억500만달러)와 SK하이닉스(75억3400만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증감률로 보면 인텔 매출은 전분기 대비 3.9% 줄어든 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각각 6.7%와 7.3% 증가해 오히려 차이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의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호실적에 반응했다. 외국인은 6월 들어 16일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각각 6201억원, 31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5월 유가증권 시장에서 8조48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6월 들어서는 9728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도체 2개 종목에 대한 순매수 금액이 6월 전체 순매수 규모와 맞먹는 셈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 자금 유입은 향후 반도체 시장 업황 회복에 베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를 지배했던 비메모리 공급 부족이 완화되고, 2분기부터 서버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며 메모리 상승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강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분기 중 바닥을 다진 뒤 3분기와 4분기에 가파른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도연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올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주가 수준은 상승 초입 단계로 이후 주가 랠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이 주춤한 상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한때 9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이후 조정을 거치면서 2월 이후 8만~8만5000원 사이의 좁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언택트 시대에 주목받았던 IT 기기의 수요가 감소하고 반도체 업황도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후속 조치와 G7 정상회의의 중국 견제 시도로 무역 분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 달 새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6곳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은 수요 둔화 영향보다는 대만, 말레이시아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부품 공급 부족 심화로 생산 차질이 일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수요 강세는 지속되고 있고, 이런 흐름은 하반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메모리 가격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으로 인해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6월 D램 현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향후 3분기 가격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클라우드 시장 성장은 하반기 서버 업체들의 매출액 증가로 이어지며 서버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다. 지나간 악재보다는 다가올 터닝포인트에 집중해야 될 시기”라고 강조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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