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우물쭈물하는 '윤석열 정치'의 비극과 그 원인

2021. 6. 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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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언행이 실망스럽다.

그 후에는 윤 전 총장의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사퇴했다.

마침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던 직후여서, 그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윤 전 총장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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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언행이 실망스럽다. 얼마 전에는 장예찬 정치평론가를 대동해 뉴스를 만들어 내더니, 거기에 약간의 메시지 논란이 일자 한순간에 장 평론가를 ‘지지자일 뿐’이라며 밀어내 버렸다. 그렇다면 ‘지지자 장예찬’을 데리고 다닌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명색이 유력 대선주자인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벼운 처사다. 그 후에는 윤 전 총장의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사퇴했다. 마침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던 직후여서, 그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물러나는 이 대변인도 뚜렷한 설명이 없다. 그냥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무책임하고도 씁쓸한 뒤끝이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길래 저런 행동을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윤 전 총장 책임이 크다. 차기 대선에 나설지 말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입당하겠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윤 전 총장 자신부터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대변인이든 참모든 누구든 언론과 국민 앞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이 이제 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윤 전 총장을 잘 모른다. 정책과 가치·비전은 고사하고 여전히 정치권 입구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만 목도하고 있다. 간간이 나오는 소식도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입을 통해서 ‘카더라’ 얘기만 쏟아지고 있다. "내 장모,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는 얘기도 거기서 나왔다.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제3지대나 신당 창당은 마음속에도 없다는 말도 했다. 모두가 이른바 전언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대체적인 시각은 국민의힘 입당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자 입장이 바뀌고 있다. 민생투어에 나선 뒤에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주변의 전언일 뿐이다. 심지어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치 신인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선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왜 경거망동한 일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이 지난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언론에 참석 사실을 사전에 알렸기 때문인지 그날 주인공은 윤석열처럼 보였다. 그러나 거기서도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뚜렷한 얘기가 없었다. 또 실망감만 키웠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때 남긴 방명록 문장은 충격이었다. 먼저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이라는 글귀다. 지평선을 열다니 이건 말도 글도 아니다. 다음 글귀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맺었다. 그런데 성찰을 새긴다는 게 무슨 말인가. 성찰이 아니라 통찰일 것이다. 미리 준비한 표현이 이런 수준이라면 부끄러움을 넘는다.

그저 말꼬리나 잡으려는 비난이 아니다. ‘윤석열 자신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기에 그 깊이와 수준을 따져본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첫 정치행보, 우물쭈물하는 ‘간 보기’도 낯익은 구태지만 ‘카더라’하는 소통방식은 기본적 자질의 문제요, 말도 글도 반듯하지 못함은 곧 소양과 상식의 부족이다. 한마디로 준비가 안 돼 있다. 그건 비극을 낳는 원인이 될 것이다. 과연 그 비극의 끝이 어디쯤 일지, 오히려 그것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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