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FC보다 빨랐던 첫 승.. 상암 불낙스의 진화
[이준목 기자]
▲ 20일 방송된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 JTBC |
JTBC 예능 <뭉쳐야 쏜다>에서 허재 감독이 이끄는 '상암 불낙스'가 감격의 첫 승을 달성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뭉쏜>에서는 불낙스가 아마추어 대회 도전 선언에 이어 창단 6개월 만에 공식 첫 승을 이룩하는 과정이 펼쳐졌다.
허재 감독과 현주엽 코치는 불낙스 멤버들에게 공식 대회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회명칭은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농구 대회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농구대잔치'였다. 당시 농구대잔치를 풍미했던 '기아자동차' '연세대' '고려대' 출신들로 구성된 팀들에 상암 불낙스까지 참여하게 된 것.
어떤 선수들이 참여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불낙스 멤버들은 아무래도 평균 연령대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아자동차를 1승 제물로 낙점했고 허재 감독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회를 불과 3주 앞둔 상황에서 코칭스태프는 멤버들에게 강도 높은 스파르타 훈련을 예고했다.
이날의 공식전 상대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농구팀 '건보 엔젤스'였다. 허재 감독은 "농구대잔치 출전을 앞두고 먼저 1승은 해봐야한다. 그래야 승리하는 방법을 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불낙스 선발로는 윤경신-방신봉-홍성흔-이동국-안정환이 나섰다.
불낙스는 1쿼터 윤경신-방신봉의 트윈타워가 위력을 발휘하며 12-8로 기선을 제압했다. 특히 윤경신이 가세한 이후 한동안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방신봉이 공격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며 팀 득점의 절반에 이르는 6점을 기록하여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다.
▲ 20일 방송된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 JTBC |
불낙스가 14-10으로 앞서가던 상황에선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윤경신이 리바운드 다툼을 하던 중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코트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고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허재 감독은 작전타임을 부르고 윤경신을 교체했다. 그는 벤치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경기 상황을 물어보는 등 승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후 불낙스는 이동국의 3점슛에 이어 김동현이 건보 엔젤스로부터 공격자 반칙을 끌어냈다. 여기에 윤경신의 골밑 득점과 이동국의 중거리슛을 추가하며 최초로 두 자릿수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불낙스는 전반을 21-12, 9점차로 크게 앞서면서 마쳤다.
3쿼터에는 건보 엔젤스가 반격에 나섰다. 불낙스가 홍성흔의 점프슛으로 먼저 득점하며 점수를 11점차로 벌렸다. 하지만 박스아웃에 실패하며 윤경신-방신봉이 골밑에 있는데도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하며 실점을 내준 장면이 아쉬웠다.
집중력이 흔들린 불낙스는 이후 이동국-안정환-윤경신 등이 잇달아 패스 실책을 저지르며 추가점을 뽑지 못하고 공격권을 헌납했다. 엔젤스는 가로채기에 이은 연이은 속공과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내며 내리 9득점을 따냈다. 엔젤스의 에이스인 6번 정일영이 내리 7득점을 몰아넣으며 맹활약했다. 어느새 23-21, 한 골 차까지 쫓긴 불낙스는 이동국의 바운드 패스에 이어 김병현이 점프슛으로 한 골을 추가하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야투 난조가 계속된 불낙스는 3쿼터를 결국 4득점밖에 올리지 못하고 마감했다.
4쿼터 들어 양팀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2~4점차를 오고가는 접전을 펼쳤다. 불낙스는 마지막 쿼터 시작과 함께 정일영에게 또 실점을 허용하며 25-23으로 쫓겼다. 이 때 '라이언킹' 이동국이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공격 제한 시간이 다 되어가던 상황에서 침착한 페이크 동작에 이어 던진 3점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흐름을 반전시켰다. 이어 윤경신과의 콤비플레이로 바스켓카운트를 두 번이나 이끌어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핸드볼 선수 출신다운 윤경신의 넓은 시야와 패싱력, 축구선수다운 이동국의 공간활용능력과 활동량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반면 이동국이 오히려 역적이 될 뻔했던 위기도 있었다. 이동국은 추가 자유투 기회를 잇달아 놓쳤고 속공 찬스에서의 레이업이 두 번 연속 빗나가며 상대에게 역습의 빌미를 내주는 등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래도 이동국은 이동국이었다. 34-31로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에서 이동국은 홍성흔의 패스를 이어받아 다시 한번 직전의 실수를 만회하는 3점슛을 터뜨리며 이날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불낙스는 다시 정일영에게 3점을 내주며 37-34로 쫓겼으나 마지막 수비 상황에서 엔젤스의 3점이 빗나간 것을 이동국이 리바운드로 잡아내며 힘겹게 승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자체 연습경기나 연예인팀과의 이벤트 경기를 제외하고 불낙스가 공식전에서는 7전8기 만에 거둔 값진 첫승이었다.
▲ 20일 방송된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 JTBC |
축구를 다룬 전작 <뭉쳐야찬다>에 비하여 진지하게 농구를 배워가는 장면은 눈에 띄지 않았고 대부분 40대를 넘긴 중년멤버들의 농구 이해도와 성장세도 지나치게 더뎠다. 연예인-셀럽 지인들을 게스트로 내세운 이벤트성 에피소드들로 분량을 채우는 것도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뭉쏜>은 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아마추어 농구대회 출전과 1승 도전 등 확실한 목표설정을 통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이날 불낙스 멤버들은 경기를 앞두고 전문 트레이너들을 초빙하여 프로구단에서도 실시하는 리듬 트레이닝을 진행했고, 몸싸움에 맞서 슛을 끝까지 던지는 훈련, 볼관리와 다양한 패스전개를 위한 피벗 훈련과 맞춤형 1대 1코칭 등도 받았다.
이날 회차는 불낙스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모처럼 진지하게 농구를 배우는 과정들이 비중 있게 다뤘다. 그동안 역할이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던 허재 감독도 평소와 달리 직접 나서서 시범까지 보이는 등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엔젤스와의 경기는 상암 불낙스가 출범 초창기 기본적인 농구 룰도 모르던 오합지졸의 모습에서 벗어나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작 <뭉찬>의 '어쩌다FC'의 경우, 첫 승을 거두는데 8개월이 걸렸고 공식전으로는 무려 19경기 만이었다. 그에 비하여 <뭉쏜>은 6개월이 걸렸고, 공식전 8경기 만의 첫 승으로 훨씬 빨랐다.
윤경신과 이동국은 명실상부한 불낙스 공수의 원투펀치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안정환-홍성흔-이형택-김병현까지가 사실상 주전급으로 입지를 굳힌 모양새다. 또한 그동안 윤경신에게 밀려 있던 방신봉의 재발견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이날의 성과였다.
허재 감독은 그동안의 공식전 중 엔젤스전에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찬스 때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슛을 던지니까 윤경신과 방신봉의 높이를 활용한 리바운드가 된다. 이동국과 안정환은 앞선에서 잘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우리가 연습을 마치 무지하게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라는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멘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보완해야할 부분도 있었다. 허재 감독은 후반들어 "에러로 점수를 다 까먹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아직 피벗플레이(한 발을 축으로 하여 돌면서 상대편 수비수를 제치는 기술)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무리한 오버헤드 패스를 하다가 실책이 쏟아지는 장면이 많았다. 자유투와 속공 상황에서 쉬운 득점을 많이 놓친 것도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원인이었다. 실제 대회에서 은퇴한 선수들을 상대해야할 불낙스가 남은 기간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시청자들은 첫 승의 감동과 함께 <뭉쏜>이 모처럼 장난기를 걷고 농구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다운 박진감과 재미를 보여줬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뭉쏜>은 다음주에 이현중, 이원석, 차민석 등 차세대 한국농구 유망주들이 특별 코치로 등장할 것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맹이만 파는 상점, 망원동 '핫플'로 거듭난 1년의 기록
- 소속 연기자 위해 발로 뛴 토니안, 먹방 버리고 진정성 얻었다
- 제주도지사 후보였던 그녀, 왜 '백수건달 명함' 내밀었을까
- 동독 경제구조 개조하려던 인물의 사망... 과연 범인은?
- 예민해 징징대는 6세... 오은영이 제시한 4단계 훈육법
- '가짜 아이유'라니... 비판 자초하는 '나혼산', 왜 이럴까
- '보쌈' 광해군과 실제 광해군, '성격' 비교해보니
- 귀신보다 무서운 건 인간, 신개념 호러 이끈 임창정의 힘
- 메뉴판에도 남녀차별이? 그녀가 밝혀낸 '황당한' 진실
- 여진구 고민 듣던 성동일의 진심, 힐링·감동 모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