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또 전기요금 동결..개편 요금제 사실상 무산되나
이번에도 동결이었다. 한국전력이 3분기(7~9월분) 전기요금 인상을 2분기에 이어 또 유보했다. 최근 고물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정부 요청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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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도 '3원/㎾h' 할인 유지
21일 한전은 7~9월분 연료비조정단가를 이전과 같은 킬로와트시(㎾h) 당 -3원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앞선 1분기(1~3월) 유가 하락을 이유로 연료비를 킬로와트시(㎾h) 당 3원 할인해줬다. 2분기부터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다시 오르면서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할인 금액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성, 1분기 조정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이 활용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3분기 조정단가를 2분기와 동일한 -3원/㎾h로 유지할 것을 (정부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면서 한전 부담은 더 커졌다. 한전의 지난 2분기(4~6월)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용을 보면 킬로와트시(㎾h) 당 2.8원의 인상요인이 있었다. 최근 유가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이번 3분기에는 4.7원/㎾h까지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결국 한전은 총 7.5/㎾h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혼자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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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눈치 보기에 한전 부담↑
정부가 내세운 전기요금 조정 유보 이유는 높아진 물가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상한 폭이 정해져 있어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실제 한전 계산에 따르면 4인 가족 한 달 평균 전기사용량(350㎾h)을 적용했을 때 상한선까지 전기요금을 올려도 월 1050원 정도 부담이 는다. 더군다나 지난 1분기에 이미 전기요금을 깎아줬기 때문에 3분기에 요금을 인상해도 과거 요금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전기요금 조정을 미룬 것은 선거를 앞둔 과도한 여론 눈치 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시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은 요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 정도 요금 조정도 못 한다면 한전 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설비 투자 부실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전은 국제유가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2018년(-2080억원)과 2019년(-1조2765억원)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영향에 4조862억원의 흑자로 잠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전기요금 조정이 무산되면서 이마저도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전 전력구매 비용으로 들어가는 연료비는 최근 무섭게 상승 중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72.15달러와 74.39달러에 거래됐다. WTI는 2018년 10월 3일 이후, 브렌트유는 2019년 4월 24일 이후 각각 최고치다. 한국이 자주 쓰는 두바이유 역시 지난 16일 배럴당 72.78달러로 2019년 4월 26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올해 유가가 최대 1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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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요금제도 무산될 수도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4분기 전기요금 조정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선 코로나19 회복에 따라 하반기에 국제 유가 상승 폭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전은 최근 필수사용공제 등 전기요금 할인을 일부 축소했다. 만약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둔 하반기에는 여론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 등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자체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도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계속 유보하다 결국 최종 폐지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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