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깜박이 켰는데..돈 푼다는 정부
당정 하반기 30조 안팎 2차 추경 예정
경기부양 효과보다 통화·재정 엇박자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불균형’을 우려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재차 던지는 가운데, 정부는 30조원 안팎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푸는 등 정책 혼선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주 조기 금리 인상 메시지를 또 한 번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은행은 다음날 민간 부문의 신용 현황을 담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오는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한은은 현재 물가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외 경기 회복과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2023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시사한 만큼, 한은 역시 연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연내 인상 여부는 경제상황 전개에 달려있다면서도 “금리 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도 실기하지도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한다”고 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굳건히 유지하겠다고 했던 한은의 기조가 1년만에 확 바뀐 것은 자산가격 거품과 부채 누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영끌’과 ‘빚투’에 사상최대치인 1765조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빠르다. 이 중 상당액이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으로 유입되며 자산시장 거품 논란을 키웠다. 이 총재도 창립기념사에서 이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만 11조8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부채 누적 한은이 미리 대비하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와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 조짐에 오는 국내도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붙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부채 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다. 시중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등의 우대한도를 축소하며 가계 대출 문턱을 높였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강력한 통제 역시 유동성 증가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도 해석된다. 다음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통해 가계 대출 억제에도 나선다.
그러나 당ㆍ정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으나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실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 중 국민 위로금(휴가비)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추경 규모는 30조원 안팎에 달할것으로 추산된다. 소상공인·고용취약계층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함께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 모두에게 현금성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 캐시백, 분야별 소비쿠폰 등도 마련 중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같은 정부의 기조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로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제어하지 못한 가운데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음지가 남아있을수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정책을 쓰는것은 설득력 있다”면서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지급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이 나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은 경기하방을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시행하고, 일부 회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재정선별 정책을 취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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