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종부세뿐? 반시장적인 대출 규제 놔둘건가

정두환 2021. 6.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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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는 지인 A의 화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집값이 비싸서 대출 한 푼도 안 된단다. 이게 말이 돼?" 뒷말을 듣지 않아도 어림짐작이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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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는 지인 A의 화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집값이 비싸서 대출 한 푼도 안 된단다. 이게 말이 돼?" 뒷말을 듣지 않아도 어림짐작이 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사업 하기도 힘든데 살고 있는 서울 목동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지만 집값이 15억원이 넘어 주택담보대출을 거절당한 것이다.

"이 집에서만 10년을 넘게 살았어. 내가 투기를 했어? 집값 못잡은 건 정부인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해?" 결국 A는 부족한 자금을 훨씬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충당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 주택에는 집값의 40%까지, 9억원 초과분에는 20%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한편 15억원이 넘으면 아예 대출을 금지해 버린 것이다. 이 규제로 시세 14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4억6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시세가 두 배가 훌쩍 넘는 30억원짜리 아파트는 담보가치가 ‘0’이 되는, 시장 원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1년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되묻게 된다. 그래서 집값은 잡았느냐고.

최근 한 정보제공업체가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3.3㎡당 2326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4년이 지난 지난달에는 4358만원으로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87.4%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상승률 상위지역이 성동·노원·동작·도봉구 등으로, 강남권과는 거리가 먼 지역들이란 것이다. 결과적으로 반(反) 시장적인 대출 규제까지 꺼내들며 ‘갭 투자’를 차단해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빗나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기꾼 아닌 서민들이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A 같은 개인사업자만이 아니다. 중소형 아파트에 살다 자녀들이 크면서 집을 넓히려는 실수요자들의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웬만한 서울 시내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모두 대출금지선을 넘겨버린 탓에 ‘대출 받아 집을 넓힌 뒤 열심히 벌어서 갚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 됐다. 겨우 자금을 융통했다 치더라도 또 발목을 잡는 게 있다. 양도소득세다. 1주택자라도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최근 같은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히려던 B는 인터넷으로 양도세를 계산해 보고는 "4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며 억울해서라도 집을 못 팔겠다며 계획을 접었다.

대출 규제의 부작용은 신규 분양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바로 규제지역내에서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금지한 규정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에 묶인 상당수 무주택자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없으면 사실상 아파트 분양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방법이 없어진다. 서울 시내에서 입지 좋은 분양 아파트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된 배경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 탓에 이제 와서 상승세를 멈춘다 한들 정부로서는 "집값이 안정됐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죽비를 맞는 심정’으로 정책 실패에 고개를 숙여본들 만시지탄이다. 그마저도 이후 나온 보완대책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포장만 그럴싸한 여론 무마용 공급대책만 잇따를 뿐이다.

지금은 차라리 규제라도 푸는 것이 등 돌린 민심을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 같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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