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기료도 동결..있으나마나 '연료비 연동제'(종합)
유가 상승에도…정부, 인상유보권 또 발동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올 7~9월(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 전기를 생산하는 원가가 올라 전기료 인상의 압박 요인이 됐지만 정부가 또다시 유보권을 발동한 것이다. 정부는 ‘높은 연료비 수준’이 이어지면 4분기에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올해 처음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의 취지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실적악화도 불가피해졌다.
한전은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2분기와 마찬가지로 kWh당 -3.0원을 적용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요금은 2분기와 같다.
이번 3분기 전기요금은 3∼5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됐다.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C유 등 연료비의 3개월간 추이를 보면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0원으로, 2분기(-3원)보다 3.0원이 올라야 한다.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뺀 값이다. 한전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3∼5월)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 kg당 평균 133.65원, BC유는 521.37원으로 2분기 보다 각각 17% 이상 올랐다. 다만 LNG값이 490.85원으로 3.6% 내렸는데, 이를 반영한 총 실적연료비는 같은 기간 288.07원에서 299.38원으로 3.9%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은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고려하고 1분기 조정단가 결정시 발생한 미조정액 활용이 가능해 3분기 조정단가를 2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을 한전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전은 올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시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kWh당 10.5원을 인하해야 했지만 분기조정폭이 kWh당 ±3원으로 제한돼 있어 최종적으로 3원만 내린 바 있다. 1분기때 전기료를 충분히 내리지 못한 만큼 2분기에 이어 올 3분기도 전기요금 인하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9년1개월만의 최고치(2.6%)를 기록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자칫 서민경제에 밀접한 공공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특히 7월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의 전기요금이 기존 대비 2000원 오르는 점도 가격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구에 적용하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은 다음 달부터 월 4000원에서 월 2000원으로 축소되는데, 대상 가구는 약 625만가구로 추산된다.
하지만 3분기 동결 결정에 대해 올해부터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생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요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이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한전의 입장에선 연료가격 상승을 전기료에 반영하지 못하게 돼 실적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동결은 비정상적인 연료비 급등락이 발생하지 않으면 연료비연동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가 매분기마다 불필요한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이전 분기의 전기요금 인하여력을 다음 분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며 향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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