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뺀 아부다비..대우건설 자존심 되찾아 줄 제대로 된 기업은
중흥건설·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치열 경쟁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우건설의 본입찰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아부다비 투자청과 한앤컴퍼니 등이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과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가 경쟁 중이다.
대우건설 매각을 주관하는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25일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시작한다.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으로, 주당 9000원 씩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약 2조원 규모다.
대우건설 인수전은 열흘 전까지만해도 4~5곳이 관심을 보이며 흥행이 예상됐다. 국내 기업이나 컨소시엄 외에도 중국 1위 건설사인 중국공정총공사, 글로벌 국부펀드 아부다비 투자청, 한앤컴퍼니 등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우건설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자본시장 업계에 따르면 중국공정총공사와 아부다비 투자청, 한앤컴퍼니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건설 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다.
중흥건설은 30여 개 주택·건설·토목업체를 보유한 중흥그룹의 계열사다. 중흥건설 내에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270억원이다. 중흥건설의 작년 매출액은 1조4730억원이다. 중흥건설은 재무적투자자(FI)나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계획 중이다. 그만큼 자금력이 있고,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S네트웍스는 부동산개발회사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인프라 전문투자사 IPM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업계 6위다.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4132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은 42위로 공정자산총액은 9조8470억원이다. 한때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정상급 건설사였고, 지금도 대기업인 대우건설로서는 인수 후보군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예비입찰 등의 절차 없이 바로 본입찰을 진행하는 빠른 매각 추진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 측은 최근 성명을 내고 "매출액 8조원이 넘는 건설사의 인수금액을 25일 만에 결정해 입찰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정상적이지 않다. 또다시 잘못된 매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밟았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됐지만, 금호아시아나의 차입금을 막느라 자산을 팔아 치웠다. 2018년에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으나 열흘도 못 가 포기하면서 상처를 받았다.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과거 아픈 기억이 있는 대우건설로서는) 매각 대금 2조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자금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며 "자금력이 있고, 글로벌에서 대우건설을 성장을 이끌 제대로 된 기업이 나타나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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