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친 소주성①] J노믹스 결론은 국민소득 역성장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마이너스 성장 수렁
자취 감춘 소득주도성장..힘 빠진 정책 동력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슬로건이었던 소득주도성장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실종 시점은 2019년. 이번 정권에서 처음으로 국민소득이 역성장으로 돌아선 해다. 대통령의 연설문마다 등장하던 소주성은 이때부터 스리슬쩍 다른 단어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문 정부가 야심작으로 내세웠다가 시나브로 종적마저 사라진 소주성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2년 연속으로 쪼그라들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4년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불가피한 현상인 듯 보이지만,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시작된 역성장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론을 피해갈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제는 장밋빛 성장 구호 대신 구조적 저성장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현실을 제대로 직면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881달러로 전년 대비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으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다.
지난해 국민소득이 감소한 주요인은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경제 전반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도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 1998년 외환위기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칠 쳤다.
하지만 이런 국민소득과 경제성장률의 역주행을 코로나19에 따른 현상이라고만 넘겨 버리기엔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미 그 전부터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던 탓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2019년에도 전년 대비 4.1% 줄어든 3만2204달러에 그쳤다. 같은 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0%에 머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닥쳤던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경제성장률 2%는 우리나라가 1956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등 외부의 큰 충격 없이 맞이하는 최악의 수치였다.
이후 1인당 GNI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017년 기록인 3만1734달러와 비슷한 수준까지 축소됐다.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사실상 문 정부가 닻을 올리던 시기로 회귀했다는 얘기다.
국민소득이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서던 당시만 해도 정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축포를 쏘아 올렸다. 정부는 물론 여당까지 가세해 3050클럽 진입에 성공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3050클럽은 인구가 5000만명을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국가들을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이다.
◆장밋빛 성장 구호 접고 저성장 현실 직시해야
이번 정부가 핵심 경제 슬로건으로 삼았던 소득주도성장을 더 이상 내세우지 않게 된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다. 문 대통령은 2017년과 2018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각각 2번과 3번씩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했다. 그러나 2019년 시정연설부터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 왔다.
결국 국민소득 개선을 외칠 수 없게 된 현실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의 기반인 소득에 문제가 생긴 만큼, 소득주도성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졌다는 나름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을 향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로 꼽혀 온 홍장표 전 수석은 이번 달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으로 취임하면서다.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홍 원장이 국책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KDI 수장이 된 데에는 남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평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실증적 근거와 이론적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학술적인 배경도 없는 내용인데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 문제를 키워 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근로자의 임금만 올리면 소득이 늘어날 것이란 단순한 접근이 전반적인 경제 동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실체는 임금주도성장이었는데, 이는 이론적으로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별, 업종별로 다르게 접근하지 않으면 결국 고용이 줄어들 것이란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잘 나가는 대기업들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힘든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사실상 초토화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강행된 소득주도성장이야 말로 잘못된 정책이 상황을 얼마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반면교사 사례"라고 날을 세웠다.
금융권에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현실성 있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리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민간으로부터 꾸준히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경제의 장기지속성 확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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