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접고 e커머스판 확 뒤엎는다..신동빈의 '반격 카드'
이베이코리아(이하 이베이) 인수에선 물러선 '유통 종가' 롯데그룹이 독자 생존을 위한 자생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는 당분간 ‘독자생존’ 노선을 걷는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른바 '론리 롯데(Lonely Lotte)' 전략이다.
롯데는 이베이 인수전에서 시너지가 불분명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울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부회장)는 지난 18일 임직원들에 보낸 ‘e커머스 M&A 진행결과 공유’ 서신에서도 이같은 의사를 내비쳤다. 강 부회장은 “인수 후 통합 시 단기간에 국내 톱3의 외형을 갖추지만, 단순 통합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그룹 회장 역시 이베이 인수 무산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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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중심의 이커머스 전략 새 판 짜기
롯데는 이커머스 분야에서의 독자 생존을 위해 롯데온의 조직부터 재정비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안으로 롯데온에 참여 중인 롯데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각 사업부가 가진 이커머스 관련 업무를 롯데온으로 넘기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상품 소싱 업무만 유지하고, 상품 전시 및 마케팅, 배송서비스 등은 롯데온이 모두 맡는다. 이는 그간 사업부별 이기주의 등으로 반쪽짜리 통합몰에 그쳤던 롯데온에 실질 권한을 몰아줘 힘을 더 실어주겠다는 방침을 의미한다.
롯데온을 또 기존 오픈마켓과 차별화해 전문몰과 유사한 형태로 키워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소비자 취향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춰 상품 구색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롯데온 내 경쟁력 있는 카테고리 전문몰을 여러 개 구축한 뒤 이를 묶어 복합 쇼핑 플랫폼으로 변신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온ㆍ오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거나 상품을 구매하면 누적 횟수에 따른 혜택을 강화한다. '온·오프라인 통합 마일리지 강화'다.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그간 롯데온에선 원활히 이뤄지지 않던 대목이다. 소비자에 혜택을 줄 때 관련 비용을 롯데쇼핑 내 어떤 사업부에서 얼마만큼 부담할지를 놓고 이견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 멤버스의 엘포인트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평소 습관을 분석해 롯데온의 트래픽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온ㆍ오프 매장 간 연계 마케팅도 더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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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프라인 점포 매각 중단"
롯데는 오프라인 부문에선 대형마트 등의 점포 매각 작업도 중단할 방침이다. 일률적인 점포 정리 대신 기존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초 125개였던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 수는 현재 112개로 줄여놓은 상태다. 점포 매각 중단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결정이기도 하다. 어렵게 구축한 점포를 스스로 허무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더해, 상품 소싱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외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도 있다.
이와 별도로 신 회장은 부쩍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경쟁사인 이마트 월계점과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 등의 점포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마트 월계점은 고객 체험을 극대화한 ‘미래형 오프라인 점포’로 꼽힌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창고형 매장인 빅마켓 등을 위한 추가 부지 확보도 지시했다고 한다. 또 신세계의 주류 전문숍인 ‘와인앤모어’ 형태의 와인 전문점 등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이베이 인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게 롯데는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며 "롯데온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네이버(17%)나 쿠팡(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이지만 그간 유통업에서 쌓은 저력에 더해 이제 그룹 전체가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롯데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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