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18조에 인수한 모빌아이···창업자는 이스라엘 대학교수

문희철, 권유진 2021. 6. 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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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패러독스 극복하자] 혁신창업의 길
‘창업국가’ 이스라엘은 어떻게 다른가
“창업 초기부터 상용화까지 단계별 지원
실패해도 책임 묻지 않는 문화 정착해”


지난 2017년 3월 인텔이 154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된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모빌아이’를 창업한 사람은 암논 샤수아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다.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수아 교수는 1999년 모빌아이를 설립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코티카 역시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교수가 세운 회사다. 테크니온대에서는 지난 20년간 1600개의 벤처가 탄생했다. 세계 3위 기술이전 회사인 이숨(Yisumm) 역시 이스라엘 히브리대 산하 기업이다.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로 만든 주역은 대학과 연구소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구 역량과 사업 마인드를 동시에 가진 공학 박사들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이스라엘 기술기업 데이터베이스인 ‘IVC 데이터&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이스라엘에는 6583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미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은 유니콘 기업은 30곳,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업체는 98곳이다. 또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액셀러레이터는 370곳에 달한다.

기술 사업화로 유명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정문. [사진 와이즈만 홈페이지 캡처]


단순한 비즈니스모델(BM)이 아닌 연구개발(R&D) 기반의 창업이 많다는 게 이스라엘식 혁신창업의 주요한 특징이다. 정부가 연구비 전액을 출연하는 와이즈만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꼽히는 와이즈만은 예다(YEDA)라는 기술이전 전문회사를 통해 전 세계에 기술을 수출한다. 2018년 기준으로 파생 매출이 32조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체계적인 창업 지원 시스템이 돋보인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 정부 주도로 창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현재 24곳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과 대학이 연계된 인큐베이터에서는 창업 후 2년간 정부가 벤처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8%를 지원한다. 이스라엘 혁신청이 스타트업 R&D 비용의 40%를 지원한다.

특히 창업 초기 R&D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트누파(TNUFA), 대학의 초기 단계 기술이전을 지원하는 카민(KAMIN),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연구 비용의 66%를 정부가 보조하고 실패해도 돌려받지 않는 마그네톤(MAGNETON) 등 지원 정책이 다양하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 구내에 전시된 ‘혁신가의 길’. 모빌아이 등 대학이 낳은 주요 성과들이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한국은 R&D로 시작해 R&D로 끝”


이원재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한국법인장은 “이스라엘은 특유의 혁신 추구 성향과 R&D 역량, 군 복무로 양성된 풍부한 고급 인력, 창업 지원 정책과 벤처캐피털 활성화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달리 한국은 R&D로 시작해 그냥 R&D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논문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문화와 기업가정신 부재, 실패를 용인하지 낳는 문화가 나은 결과”라며 “우수한 연구인력이 이스라엘처럼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철·권유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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