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의 시시각각] 이재명, 조국의 시간을 어떻게 넘을까
정권 잡으려면 '조국의 강' 건너야
친노·친문 20년 주류 저항도 거셀 것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거다. 실제 그럴까. 갤럽 조사를 보면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19%의 지지율로 처음 1위에 오른 후 27%(올 2월)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탄다. 하지만 그 후론 계속 23~25%대다. 박 의원 말이 맞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도 올해 계속 21~25% 선이다. 윤 전 총장은 3월 이후 30~35%대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뼈아픈 대목은 같은 여권 후보인 이낙연 지지 이탈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확장성이 문제다. 당내에선 확장성이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이란 얘기가 나온다.
박스권에 갇힌 여권 1위 주자, 이 지사를 향해 고개를 드는 위기의 징후가 늘어나고 있다. 정권 교체론의 득세는 이미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탄핵 이후 최고치다. '야당 복' 운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민주당이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부동산의 늪이 깊고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대선 경선판은 벌써 계파 간 전쟁터가 됐다. 친이낙연·정세균계가 경선 연기 연판장을 돌리면서 친이재명계가 극렬 반발했다. 1등은 빨리 후보가 돼야겠고, 뒤처진 주자들은 따라잡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니 벌어지는 사달이다. '파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격했다.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박감이 강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터져 나온 주류·비주류 간 충돌이다. 이 지사에게 악재다.
가장 휘발성이 강할 사안은『조국의 시간』에 대한 이 지사의 대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책을 내면서 '조국 사태'를 다시 불렀다. 송영길 대표가 사과하며 어떻게든 소환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지사를 뒤쫓는 두 전직 총리는 강성 친문의 지지가 급했다. "참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이낙연), "가슴이 아리다"(정세균)며 조 전 장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 지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침묵했다.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였다. 이 지사로선 당 경선을 생각하면 친문 강경파와 원수가 될 수 없고, 그렇다고 확장성에 독약과 같은 조 전 장관을 끌어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머지않아 입장 표명을 다시 강요받을 거다. 조국을 버리고 경선을 치를 수 없고, 조국을 안고 대선을 치를 수 없는 게 '조국 딜레마'다. 그걸 이겨낼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텐데 어느 쪽이든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어 어렵다. 이 지사 측 한 인사는 "살아온 이력이나 공정에 대한 입장을 보면 조 전 장관을 안고 가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지만, 생각과 선택이 다를 수 있다. '조국의 강'을 어떻게 건너느냐가 이 지사 대선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거다.
이 지사는 가난하고 불우했던 삶의 바닥에서 여권 1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사냥꾼' '사이다' '싸움닭' 등의 별명을 달고 다니면서다. 그는 '서자'보다 못한 아웃사이더가 당내에서의 자신의 위상이라고 여긴다. 제3자의 시선보다 스스로 느끼는 강박이 더 강해 보인다.
이 지사는 마이너리티가 맞고, 그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가 당 주류를 넘본다. 그 시점에 박스권 정체기를 맞았고 주류의 반란(경선 연기 파동)과 마주쳤다. 이 지사가 일찍 대선후보가 될 경우 거친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친문 주류의 우려와 하루라도 빨리 후보가 돼 이재명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계산이 충돌하고 있다.
'이 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그건 정권 교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지사는 이제 야당을 상대하며 주류와 싸워야 하고 '조국의 시간'도 넘어야 한다. 대권을 향한 이재명의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야당도 야당이지만 친노·친문으로 대표되는 20년 주류의 저항이 갈수록 만만치 않을 거다.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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