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원" vs "중기 한계상황, 동결해야"
"중위임금의 62%, G7 평균 넘어"
경총, 소상공인 어려움 고려해야
노 "2년연속 최저 인상, 임금 손실"
문 대통령의 ILO 약속 이행도 요구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일 ‘최저임금 주요 결정기준 분석을 통한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진단’ 보고서를 발표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의 주요 결정기준 지표들을 살펴본 결과 최소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할 요인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0%를 초과(62.4%)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6위이며 주요 7개국(G7) 평균(중위임금의 48.6%)보다 높다. 또한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최저임금이 53.9% 오르는 동안 1인당 노동생산성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약 180만원, 209시간 기준)이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중윗값(약 185만원)에 근접하다는 수치도 내놨다. 경총은 노동계가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약 208만원)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을 비교하지만, 이는 고소득자의 생계비까지 포함한 것이므로 최저임금 결정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 전무는 “2018년(16.4%)과 2019년(10.5%)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심의 과정에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이는 올해보다 약 15% 인상된 금액이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다음 주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공개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지난해 제시안(노동계 공동 1만원, 민주노총 1만770원)보다 높게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2.87%)와 올해(1.5%)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 임금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계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이 아닌 한국 사회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주된 요인이라며 경영계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심의는 코로나19 사태 회복,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건강한 경제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제노동기구(ILO) 화상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가 성장이고 최고의 복지라는 믿음으로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소득주도 성장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환기하며 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다음 해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이의신청 기간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위원회는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2일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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