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박현경과 무지개 언덕 명승부에서 승리..시즌 5승

성호준 2021. 6. 20. 17: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민지.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박민지(23)가 20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 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7언더파로 박현경(21)을 꺾고 우승했다. 박민지는 올해 9경기에 나와 5승을 거둬 KLPGA 투어의 새로운 ‘지존’으로 올라섰다. 박민지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듀얼 인 더 선’(duel in the sun). 1977년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턴베리 골프장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당대 최고 골퍼 잭 니클러스와 톰 왓슨이 대혈투를 벌였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그 태양만큼 뜨겁게 펼쳐진 둘의 승부를 골프 라이터들은 ‘듀얼 인 더 선’(백주의 대결) 이라고 부른다. 남자 골프에서는 전설적인 경기다.

당시 왓슨이 12언더파, 니클러스가 11언더파로 한 타 차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 2위 니클러스와 3위 선수의 타수 차가 9타가 될 정도로 두 선수는 압도적인 경기를 했다.

박현경.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박민지와 박현경도 그랬다. 두 선수는 17번홀까지 동타였고 마지막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2위 박현경과 3위 이정민의 타수 차이는 8타였다. 코스는 매우 어려웠다. 레인보우 힐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퍼어웨이도 평지가 별로 없다. 그린 경사도 심하다. 연습라운드를 해본 선수들은 “다리도 아프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쉽게 더블보기가 나올 함정 투성이여서 머리도 아프다”고 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1라운드가 끝나고 선수들이 집에 가고 싶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14명이 기권을 했다. 기권 선수 이외에도 2라운드까지 10오버파 이상 선수가 19명이었다. 컷 라인은 6오버파였다.

박민지와 박현경만은 다른 코스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박민지는 첫날 1, 2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이번 대회는 아닌가 싶었으나 4언더파 68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박현경은 첫날 3언더파를 쳤고 둘째 날 4타를 줄였다. 박민지와 박현경은 대회 2라운드까지 합계 7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박민지는 8언더파 64타를 쳤고 박현경은 질세라 7언더파 65타를 쳤다.

2016년 월드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함께 우승한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왼쪽부터).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박민지와 박현경은 국가대표를 함께 했다. 2016년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최혜진과 함께 우승을 일궜다. 올해 이 대회 이전까지 박민지가 4승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지만 박현경은 메이저대회인 KLPGA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13일 끝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는 둘이 우승 경쟁을 했다. 박민지가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 한 타 차로 이겼다.

최종라운드, 핀 위치가 어렵고 입술이 바짝 마르는 메이저대회의 압박감 속에서 전날 같은 버디 쇼는 나오지 않았다. 박민지는 초반 보기 2개를 했다가 6~8번 홀 3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8번 홀에서 박민지가 약 7.2m 버디 퍼트를 넣었을 때 박현경은 3.2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박현경은 호랑이에 올라탄 것 같은 박민지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박현경은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쫓아갔다.

지난주와 똑같이 17번 홀까지 동타였다. 그러나 마지막 홀, 압박감이 컸는지 박현경의 티샷은 왼쪽으로 휘어 러프로 갔다. 레이업 해야 했다. 박민지는 여유가 있었다. 그린 중앙을 보고 쏘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민지는 물 바로 앞 핀을 공격해 1m에 붙였다. 박민지는 "마지막 샷은 약간 실수였다. 약간 오른쪽을 봤는데 핀을 보고 쳤다면 물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박현경은 눈물을 글썽였다.

2016년 박성현이 펄펄 날았다. 첫 3경기를 모두 우승했다. 9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4승이었다. KLPGA 투어에서 지존으로 통했던 신지애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해는 2007년이다. 그해 18경기에서 9승을 했다. 첫 9경기에서 5승이었다. 박민지도 올해 9경기에 나와 5승을 했다. 올해는 2007년에 비해 대회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세라면 박민지가 10승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