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 선생, 잿더미 속 불씨.. 가난한 이웃과 함께였다"
[정병진 기자]
▲ 이세종 선생 세미나 광주YMCA에서 열린 이세종 선생 세미나 |
ⓒ 정병진 |
화순 '도암의 성자'로 알려진 이세종 선생(1883?~1942)의 생애와 가르침 연구 세미나가 이세종기념사업회와 농어촌선교연구소 주최로 18일 오후 3시 광주YMCA 백제실에서 열렸다. 시민 30여 명이 참석한 행사였다.
▲ 이세종 선생 세미나 발표자와 논찬자들 이세종 선생 세미나 발표자와 논찬자들(오른쪽부터 차정식 교수, 강성열 교수, 장경노 목사) |
ⓒ 정병진 |
세미나 발표에 나선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성 프란체스코의 유적지인 아시시에 가본 적 있다. 멋진 기념교회와 많은 연구, 그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많은 기독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프란체스코 못지않은 훌륭한 영성가들이 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자 힘쓰고 유적을 보존하고 알리고자 하는지 의문이다"고 하였다.
차 교수는 이세종 선생은 "나무 한 그루나 들풀, 개미, 지네, 뱀 같은 자연만물을 쓰다듬고 불쌍히 여기는 생태 영성을 지닌 분"이라며, 그가 "육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삶의 체질을 넘어 '영적 충만'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보았다.
이어 "이세종 선생이 아들을 얻고자 집착하던 혈통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무지렁이 서민들을 모아 새로운 대안의 수도 공동체를 형성한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예수운동의 초기 공동체 모델과 유사한 형태라 이해하였다.
또한 이세종 선생은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하던 시기에 산속에 은거해, 극도의 금욕생활과 신비체험과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위한 중보기도에 힘썼다"며 이런 선생의 삶을 '신비체험과 저항적 역사의식의 결합'이라 평가하였다.
논찬자인 장경노 목사(한어울기독교연구소 소장)는 "이세종 선생 개인의 고행과 고난에서 '저항적 역사의식'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삶의 외형만 보자면 이세종 선생은 역사적 사건에 거리를 두고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였다.
답변에 나선 차 교수는 "일제 강점기를 살던 조상들은 '매국노' 같은 적극적 친일파, 생활형의 소극적 친일파, 적극적 항일운동, 소극적 항일의 삶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그 중에 이세종 선생은 윤동주 시인처럼 소극적인 항일을 실천한 분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세종 선생은 비록 산중에 은거해 고행 수도의 삶을 살았지만 그러면서도 민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중보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았기에 '저항적 역사의식을 지닌 분'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논찬자 강성열 교수(호남신학대)는 발표자가 언급한 '이세종 선생 연구 자료의 부족 현실'에 대해 이는 "이세종의 자기 비움과 은둔 영성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한계로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세계 삼대 성인인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도 글을 한 줄 남기지 않았다. 자료 빈곤의 한계는 후세대의 계속되는 재해석과 실천 작업으로 충분히 극복될 것"이라 말하였다.
또한 "이세종의 삶과 신앙을 한국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세미나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이나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의 삶과 흔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 이세종 선생 세미나 참석자들 이세종 선생 세미나 참석자들 전체 사진 |
ⓒ 정병진 |
참석자 중 소화수녀회에 속한 한 수녀는 "이세종 선생님은 잿더미 속에 감춰져 숨어 세상을 밝히는 작은 불씨 같은 분이다. 잿더미 속의 불씨는 나타나면 꺼진다"라고 평가하였다.
또 다른 수녀는 "우리 스승인 김준호 선생(이세종 선생의 제자)에게서 이세종 선생님에 대해 들었지만 그동안 자세히 몰랐는데, 오늘 세미나로 스승의 스승을 알게 돼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준호 선생은 나무 한그루 베는 것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신 적 있다. 이런 생태영성, 비움영성을 연구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중인데 오늘 세미나가 도움이 됐다"고 하였다.
한편 18일 세미나를 개최한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와 농어촌선교연구소에서는 이날 세미나 발표 논문과 제4차와 제5차 세미나 논문들을 엮은 <이세종 영성의 오늘과 내일>(2021)이란 책을 발간해 참석자들에게 모두 나눠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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