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숨막힘 증상.. 그후 나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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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호 기자]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조그만 핸드폰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가, 찡그렸다를 반복한다. 온통 머릿속은 글감으로 가득 찼다. 그때 한창 사춘기로 예민한 아들과 게임 때문에 다퉜던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부터 손가락은 모터를 단 듯 속도가 붙는다.
▲ 온라인 독서모임 토요일 오후, 2시간 동안 줌에 접속해서 읽고 온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
ⓒ 신재호 |
토요일 오후, 비장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선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테이블 위에는 책과 노트 한 권이 놓인다. 전원을 켜고 줌(Zoom)에 접속하면 창이 뜨고, 하나 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부터 우리는 책 속의 세계를 눈앞으로 끄집어낸다. 이번에 읽은 책은 유독 난해했다. 다들 그랬다는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천천히 퍼즐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회원의 생각으로 채워가며 조금씩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혼자 읽었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을, 독서 모임을 통해 용기 내어 발을 내딛는다.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넨다. 노트북 전원을 끄며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온라인 독서모임과 매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마흔이 되었을 무렵, 길을 걷다 갑자기 숨이 막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뒤로 허무함이 달처럼 차올랐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렸다. 나의 세계는 가족, 회사, 친구가 전부였다.
▲ 인스타그램 책 서평쓰기 이 공간은 오롯이 책서평을 쓰는 공간이다. 간단하게 책을 읽은 소감을 정리한다. |
ⓒ 신재호 |
그 뒤부터 나의 세계는 급격히 변했다. 더는 공허함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책과 글이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누구를 만나는 것이 부담되는 요즘, 나의 세계는 더욱 넓어졌다.
최근에 참여한 독서 모임에는 호주와 뉴욕에 사는 교민이 함께 참여했다. 온라인 글쓰기에서 만나는 글벗은 나이, 성별이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넘어 우리는 매일 글에서 만나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위로와 공감을 나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책 서평을 올리고 있다. 이곳은 오롯이 책 소개만 하는 공간으로 정했다.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신세계를 만난 듯 설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벌써 소통하는 이웃도 여럿 생겼다. 이렇게 온라인상에 나의 세계가 하나 더 늘었다.
▲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최근에 독서모임 회원들과 독서모임에 참여한 기록을 책으로 엮어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란 책을 출간했다. 독서에세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 신재호 |
처음 책을 받아들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이렇듯 나의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삶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평범한 중년 아저씨에서 '작가'란 호칭까지 얻었다.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또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질지 무척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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