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장인도 사위한테 외손주 양육비 받을 수 있을까

김성우 2021. 6. 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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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24)
A(남)와 B(여)는 2008년 결혼식을 올리고 2009년 혼인신고를 한 후 딸 C를 낳았다. B는 결혼 초부터 고부 갈등이 있었다. 2015년 5월경 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와 요양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부 사이와 가족 사이의 관계까지 덩달아 악화해 결국 2015년 12월부터 A와 B는 별거하게 되었다.

A는 별거 직후부터 B에게 이혼을 요구하였는데, 재산분할과 양육비 문제에 이견이 있어 협의이혼이 성립되지는 않았다. B는 2017년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A도 반소를 청구했지만, 소송 중인 2018년 5월 B가 사망해 소송이 종료됐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해 가지는 신분상, 재산상의 여러 권리를 포괄해서 말하는 것이다. 양육권은 원래 친권에 포함된 것이지만 이혼의 경우에는 분리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A와 B가 별거한 이후 B 혼자 C를 계속 양육해 오다가, B가 사망한 후에는 B의 아버지이자 C의 외할아버지인 D 부부가 C를 맡아 양육했다. D는 A가 C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자, 가정법원에 A의 친권 상실 및 미성년후견 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가정법원은 2019년 A의 친권 중 보호·교양권과 거소지정권, 징계권 등 양육과 관련된 권한 행사를 제한하고, D를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해 그 부분에 대한 권한을 주었다.

A는 B와의 이혼소송 중에는 법원의 처분에 따라 C의 양육비로 월 70만원씩을 B에게 지급하였지만, B의 사망 후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D는 B 사망 이후의 양육비(월 200만 원씩)를 달라는 청구를 가정법원에 냈다. D의 주장은 받아들여졌을까?

친권과 양육권의 차이 먼저 A에게 내려진 ‘친권’ 제한과 D를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한 재판에 대해 보자.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 교양하기 위하여 가지는 신분상, 재산상의 여러 권리를 포괄해서 말하는 것이고, 양육권은 원래 친권에 포함된 것이지만 이혼의 경우에는 분리될 수 있다. 보통 교육, 의료, 거소 지정, 징계 등 자녀를 실제 곁에 두고 보호하는 사실상의 것은 양육권의 영역이고, 법정대리권과 재산에 관한 사항은 친권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A와 B가 공동으로 C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있다가 이혼 소송 중에 B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일단 A가 단독으로 C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정법원은 부모에게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권리를 주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부모의 친권 중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 거소를 지정할 권리와 같은 자녀의 양육과 관련된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던 사람이 친권을 상실하거나 그 행사가 제한되면 미성년 자녀의 보호와 양육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함으로써 부모를 대신해 그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미성년후견인은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때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정하는데, 보통은 친권자가 없게 된 시점에 함께 지내고 있던 조부모, 삼촌이나 이모와 같은 가족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C와 함께 지내면서 C를 양육하던 외할아버지인 D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고, A는 행사할 수 없게 된 C에 대한 양육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미성년자인 C를 양육할 권한을 부여받은 미성년후견인인 D는 C를 기르는 데 든 양육비를 A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 법률에서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양육비는, 미성년자를 양육하고 있는 한쪽 부모(양육친)가 그렇지 않은 다른 쪽 부모(비양육친)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경우뿐이기 때문에 과연 미성년후견인에게도 이러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모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해 미성년후견인도 비양육친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후견인이 피후견인인 미성년자를 충분하게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양육에 필요한 비용의 원활한 확보가 필수적인데,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심각한 문제와 공백이 생길 염려가 있다. 또한 미성년 자녀에게 양육비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부부가 이혼하여 한쪽 부모가 양육하고 있는 양육친의 경우뿐 아니라,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있던 부모가 더는 양육권을 행사할 수 없어 미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녀를 부양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 부모보다 원래는 그러한 의무가 없었지만, 가정법원의 재판에 의해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 미성년후견인의 경우에 그러한 필요는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면접 교섭의 영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녀와 이혼한 배우자가 홀로 키우면서 보여주지 않고 있는 손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도 양육비만큼이나 신경써야 하는 문제다. [사진 pixabay]


결국 비양육친 A는 미성년후견인 D에게 C의 밀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되었다. 한편 양육비의 액수는 쌍방의 소득과 재산상태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양육비산정기준표’라고 하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표하고, 이것을 참작해 양육비 액수를 정하고 있다. 과거의 지나간 양육비를 한 번에 청구하는 경우에는 양육 기간, 미성년자의 나이, 양쪽의 재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액수를 정한다. 사례에서는 D가 후견인으로 선임된 이후 2년 남짓한 기간의 지나간 양육비 2800만원과 장래 양육비로 월 150만 원씩의 지급이 결정되었다.

양육비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가 면접교섭의 영역에도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녀와 이혼한 배우자가 홀로 키우면서 보여주지 않고 있는 손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있을지의 문제다. 만약 사례에서 A가 단독 친권자로서 양육권의 제한 없이 C를 양육하게 되었는데, 외할아버지 D 부부의 면접교섭을 막고 있다면 D는 A에게 C를 보여달라고 할 수 있을까?

비양육친은 일정한 조건으로 자녀를 만나보거나 전화·이메일·영상통화 등의 방법으로 서로 접촉할 수 있도록 양육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권리를 면접교섭권이라고 한다. 2017년 6월 이전에는 면접교섭권을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만 인정되는 권리로 보아 부모가 아닌 사람에게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필요도 있고, 여러 사회 환경도 변화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법이 개정되었다. 비양육친의 부모 등 직계존속(미성년 자녀의 조부모 등)은 비양육친이 사망하였거나 질병, 외국 거주, 그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비양육친의 미성년 자녀를 면접 교섭할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자신이 직접 미성년 자녀와 면접 교섭하도록 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가정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의견, 면접교섭을 청구한 사람과 미성년 자녀 사이의 관계, 청구의 동기,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을 종합해 허용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D 부부가 B 사망 전에 B, C와 함께 살면서 C의 보조양육자로서 C와 유대관계와 애착을 형성하고 있었고, C도 D 부부를 만나고 싶어함에도 불구하고, A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막고 있다면 D 부부의 면접교섭 청구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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