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조차 "아마추어냐" 비판..이재명과 대비되는 尹의 급소[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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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정치팀장의 픽:윤석열식 소통법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읽다보니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행사)기획 자체가 아마추어 같은 티가 났다. 언론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는 등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이 대표가 화제에 올린 건 지난 9일의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선생 기념관 개관식이다. 총장 사퇴 후 두번째 공개행보였다. 기획 자체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윤석열식 소통법은 분명 아마추어 같았다. 윤 전 총장을 담당하는 후배 기자들의 기분이 가장 불쾌했다는 날도 바로 그 날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 나라가 어떠한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떠한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는 등 준비해온 말을 했다. 뙤약볕 더위에도 현장을 찾은 100여명의 기자들이 "민주당의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관련해 한마디 해달라"등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윤 전 총장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런데 문제는 행사가 끝난 뒤였다. 오후 늦게 한 신문사의 사이트엔 '특종 기사'가 올라왔다. 윤 전 총장이 소속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했음에도 놀랄만한 결과가 나온만큼, 여야가 합의한 특검을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일 윤 전 총장을 취재한 기자들 사이에선 "땡볕 아래에서 X고생했는데 한마디도 안하더니 아는 기자와 통화해서 자기 할 말만 했다"," '정보는 내가 준다'는 검찰 마인드 그대로다"란 원성이 빗발쳤다고 한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 모두를 적으로 돌린 셈이었다.
필요할 때만 일정과 동선,발언을 일방적으로 흘리는 변칙적인 자기 홍보 방식이 한동안 논란을 빚더니 최근 대변인을 임명한 뒤엔 소위 '전언 정치'가 또 도마에 올랐다.
대변인이 ‘윤석열 총장 워딩’이란 형식의 ‘말씀’을 담당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에선 "지금이 무슨 5공, 6공 때인가. 여야 대선 주자 중에 남에게 ‘전하라’고 시키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박용진 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도 좋고, '상식'도 좋지만, '소통' 역시 중요한 시대의 화두다. 물론 정치에 뛰어들기도 전인 윤 전 총장으로선 말 못할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경쟁자들 중엔 '눈치 100단', '소통 달인'으로 불리는 선수급 소통 전문가들이 꽤 많다.
특히 그와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분야에선 거의 첫 손에 꼽힌다.
우군을 늘리는 그의 비책 중 하나가 경기도지사 관저에서의 '식사 소통' 이다. 그를 별로 탐탁치 않아 했던 정치인이나 언론인들 중엔 관저를 다녀온 뒤에 생각을 바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이 지사의 참모들과 식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지사와 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전화로나마 인사 한 번 하시라"며 참모들이 자연스럽게 그와의 스킨십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학습을 다방면으로 많이 한다는 데 '소통 수업'도 한 과목이 돼야 할 것 같다. '검찰 마인드'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보는 내가 준다"는 식의 접근법으론 많은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서승욱 정치팀장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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