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지 못할바엔 망가뜨리겠다? 中 재벌2세의 세상 찌질한 갑질
유명 인플루언서에 구애했다 거절
SNS 계정 포섭해 각종 의혹 퍼뜨려
여성, 협박 대화내용 공개하며 반격
네티즌 "갖지 못하니 망가뜨리나" 비판
중국 최대 재벌기업이었던 완다(萬達) 그룹 2세가 한 여성 인플루언서에게 갑질을 한 채팅 기록이 공개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완다 그룹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쇼핑, 영화, 스포츠, 호텔 사업 등을 운영하는 직원 수 13만여 명의 대기업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이 그룹 창업주 왕젠린(王健林)의 아들 왕쓰충(王思聰·33), 그는 여성이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자 힘과 재력을 동원해 협박을 가했다.
발단은 지난 4월 왕쓰충이 유명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쑨이닝(孫一寧)에게 선물을 보내면서부터다. 왕은 그녀가 진행하는 개인 방송에서 20만 위안(34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고 이를 계기로 다음 날 그녀와 만나 식사를 같이 했다. 이후 왕쓰충은 그녀에게 사귀자며 수십 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좋은 남자를 어떻게 기다리게 할 수 있니”, “넌 그 자리에 있어. 나만 좋아하면 돼”, “벌써 3시간째 답을 기다리고 있어”, “내가 보살펴줄게”… (4.14~4.15 위챗 대화 내용)
그러나 쑨이닝은 “당신과 사귀고 싶지 않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왕쓰충은 과거 연예인 등 20명에 가까운 여자친구를 사귄 ‘바람둥이’로 유명했다. 그러자 “너밖에 없다”던 왕쓰충의 태도는 달라졌다. “좋다. 그렇게 나온다면 관계를 끊겠다. 두고 보자”라며 협박이 시작됐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알게 하겠다. 너는 얼굴만 반반하지, 머리는 텅 비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쑨이닝이 평판이 생명인 쇼핑 호스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했다. 과거 '그녀가 대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식의 사기를 쳤다'는 일부의 의혹을 자신의 계정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왕쓰충의 중국 웨이보 계정 팔로워 수는 4200만 명. 관련 의혹을 게재하는 순간 중국 전체에 알려지며 그녀가 일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그녀의 버릇을 고쳐놓기 위해 여론을 사는데 돈을 쓰겠다”고도 했다. 돈을 주고 팔로워 수가 많은 웨이보 계정을 포섭해 순식간에 의혹을 확산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쑨이닝은 “나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공언대로 의혹은 퍼졌고 그녀는 치명타를 입었다.
이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지난 15일 쑨이닝이 왕쓰충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급반전됐다.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웨이보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네티즌들은 “가지지 못하면 망가뜨려버리겠다는 것”, “그녀는 사악한 자본주의에 맞섰다”며 왕쓰충을 비판했다. “괴롭힘과 억압에 당당히 대응했다”며 쑨이닝을 응원하는 댓글도 잇따랐다.
여론이 악화하자 왕쓰충은 "그녀가 이성애자인 척하며 접근했는데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는 공격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쑨이닝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고 처음 그를 만났을 때 함께 나간 여성이 애인”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위챗 대화에 이미 포함돼 있었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왕쓰충이 인신공격을 한다고 비판했고 동성애 사실 공개를 무릅쓰고 대화 전문을 공개한 그녀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반전되며 16일 밤 쑨이닝은 더우인(영어명 틱톡) 생방송을 통해 약 70만 위안(약 1억2000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렸다고 현지 매체는 밝혔다. 이전 방송 수입에 비해 40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2시간가량 진행된 생방송 누적 시청자 수는 1756만 명에 달했다.
반면 왕쓰충의 아버지이자 그룹 창업주 왕젠린이 이날 산시성 완다 타운을 시찰한 뒤 올린 관련 영상에는 “아들이나 잘 키워라”,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도록 둬서야 되겠냐”는 조롱성 댓글이 잇따랐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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