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한국교회, 바이킹의 롱십에 승선하자

신상목 2021. 6. 1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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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미션영상부장


교회는 흔히 선박으로 비유된다. 많은 사람을 구원하는 방주로, 이 세상 악의 주관자들과 싸우는 영적 군함으로, 미지의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선으로, 그리고 나그네를 태운 유람선으로. 그러면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배를 타야 할까. 서기 9세기부터 11세기까지 유럽의 바다와 강을 종횡무진 누비던 바이킹의 ‘롱십(longship)’을 제안해 본다. 무자비한 약탈을 일삼던 야만족, 바이킹의 선박이라니? 오해는 마시라. 정복과 침략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의 복음을 빠르게 운반하는 수단으로 롱십을 활용할 수 있다.

롱십은 어떤 배인가. 이름 그대로 좁고 길쭉하게 생긴 선박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바이킹박물관에 전시된 ‘오세베르그호’는 1904년 발견돼 복원됐다. 길이 21m, 폭 5m이며 배 가운데는 10m 높이의 돛대가 세워져 있다. 양쪽에는 각각 15개의 노가 장착돼 30명의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을 수 있었다.

천하무적 바이킹이 탔던 배치고는 왜소해 보이지만, 당시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배였다고 한다. 배의 앞과 뒤의 모양이 똑같아 노의 방향만 바꾸면 전후진이 자유로웠고, 바닥이 평평해 얕은 물에서도 항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중앙의 돛을 접을 수도 있어, 머리 위로 다리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도 유유히 지날 수 있었다. 그래서 바이킹은 복잡한 피오르 해안과 좁은 하천에서도 물길을 거스르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바이킹은 이 배를 타고 북유럽에서 지중해까지 진출했고, 일설에 따르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까지 닿았다 한다. 콜럼버스보다 500년이 앞섰다.

바이킹이 롱십을 타고 전 세계에 진출한 이유는 인구 증가에 의한 토지의 협소화 때문이었고, 춥고 건조한 땅에서 벗어나 온난하고 비옥한 땅을 얻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이들은 ‘북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에서 노르만족으로 불렸다. 노르만족이 프랑스 북부를 차지하면서 ‘노르망디’라는 지역 이름이 생겼고, 노르망디를 다스리던 윌리엄 공작은 나중에 ‘정복왕 윌리엄’이라 불리며 영국 노르만 왕조의 시조가 된다. 윌리엄 왕은 힘으로만 정복하지 않았고 앵글로 색슨족의 제도와 업적을 융화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했다.

포용과 개방성은 노르만족의 특징이었다. 그들이 지은 건축물에는 이런 특성이 두드러진다. 영국에 노르만족이 진출하면서 거대한 석조 건축물 양식이 등장했다.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은 ‘런던탑’을 세웠고, 프랑스를 제치고 고딕 양식의 원조라 불리는 ‘더럼 대성당’은 노르만족의 대표 건축물로 손꼽힌다. 노르만족 기사들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섬까지 이동해 ‘팔라티나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 예배당은 노르만 특유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기독교 신앙과 비잔틴 미술, 이슬람 예술을 아울렀다.

학자들에 따르면 노르만 민족의 특징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탁월한 군사력과 열정적 신앙, 개방성이다. 이와 같은 독특함으로 노르만족은 중세 유럽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바이킹에 대한 평가도 근대에 들어오면서 달라져 북유럽은 물론 러시아와 북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네트워크를 형성한 해양민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그들이 선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상인 장인 탐험가 조선기술자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바이킹의 롱십과 노르만족의 포용, 개방성은 오늘 한국교회가 벤치마킹할 가치들이다. 4차 산업혁명과 탈종교 시대, 반기독교 물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회는 사방에서 우겨쌈을 당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교회는 롱십을 타고 좁고 깊은 물결을 거슬러 새로운 교회와 문화를 창출해야 하겠다. 단 과거 바이킹이 린디스판 수도원을 공격해 파괴한 일이나, 노르만족이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동로마제국의 같은 기독교인들을 학살한 사건 같은 일방주의와 권위주의, 반지성주의는 피해야 한다.

신상목 미션영상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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