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허언러가 있다면 고개를 들어주세요 #허언의 기술 17

양윤경 2021. 6. 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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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허언러이자 관종들은 관심을 먹고 자란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관심을 주었다가는 끔찍한 혼종이 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그러니 주변인, 그리고 팔로워들도 먹이를 주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Getty Images
「 무심코 던진 돌에 관종 연못이 일으키는 파장 」
주변에 이런 경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A는 SNS에 수영복 셀카를 올린다. ‘와, 몸매 대박!’ ‘너무 이쁘다’ 등 지인들의 칭찬 댓글이 주를 이룬다. A는 용기를 내어 비슷한 셀카를 계속 올린다. 감탄사와 하트 세례가 이어진다. 그런데 한 달 이상 지속되자 반응은 시들해진다. 점차 셀카의 노출 수위가 상승하고 팔로워가 늘어난다. 지인 대신 새로 유입된 관중들이 하트를 눌러준다. ‘00님 너무 예뻐요!’ A는 신이 나서 피드를 비키니 사진으로 도배한다. 좋아요 지분율은 랜선 친구들이 차지하고, 그녀의 찐 지인들은 피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다 어디로 갔을까? A를 빼고 만든 단톡방에 모여 있다. “야, 헐벗은 사진 작작 좀 올리라고 해. 누가 계속 응원하는 거니?”
「 관종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
유명인들이 SNS에서 일으킨 구설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이다. 대체로 논란의 불씨가 커지면 발언 철회 및 심심한 사과로 조속히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댓글러들과 아득바득 논쟁을 벌이거나, ‘내 잘못은 없으나 니들이 하도 난리이니 잠잠한 척은 해주마’ 류의 형식성 수습, 문제의 여지를 과자 부스러기처럼 계속 흘리며 ‘난 계속 할거지롱, 메롱’식의 비꼬기 시전 등으로 끝까지 프로 관종러의 끈을 놓지 않는 행동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 분야에서 선례를 보였던 셀레브리티 모 씨, 인플루언서 모 씨 등등이 생각날 거다.
「 관중이 키운 관심 레이더 」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창 말 안 듣는 미운 일곱 살처럼 구는 것일까?(사실 요즘 일곱 살들도 이보다 더 의젓하건만) 관심을 먹고 자라는 관종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각자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사진 한 장, 멘트 하나에도 열광하는 팔로워들을 거느리다 보니 자아도취 유니버스에 흠뻑 빠져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관종들은 99개의 비난 댓글이 달려도 1개의 응원 댓글에 신이 난다. 사실 그 99개마저도 그들 눈에 보이지조차 않을 확률이 크다. 대체로 관종들의 ‘관심 레이더’는 꽤나 예민해서 듣기 좋은 말만 필터링 되어 눈과 귀에 쏙쏙 박히기 때문이다. 본인 SNS에서 무슨 행동을 하든 자유이지만 글쎄… 사이버 월드에서만 영구 거주할 생각이세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아니,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좋아요’와 ‘댓글’이 관종을 육성한다. 혹시나 주변 지인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면 진언할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영혼 없는 칭찬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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