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은 건설적" 자평했지만 아픈 곳만 때린 미·러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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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이후 최악의 관계로 묘사되는 미·러 수장 간 첫 정상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의 만남 정도로 끝났다.
정상회담 전부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기싸움을 벌여 왔던 터라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많지 않았다.
미·러 간 핵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2026년에 끝나는 만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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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이후 최악의 관계로 묘사되는 미·러 수장 간 첫 정상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의 만남 정도로 끝났다. 정상회담 전부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기싸움을 벌여 왔던 터라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많지 않았다. 외신들은 사이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계의 바닥을 다지는 정도가 회담의 목표였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 수많은 분쟁을 감안하면 양측은 몇 달 안에 ‘수사학(修辭學)적 갈등 관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 뒤 따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먼저 회견을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여러 문제에서 (양측의) 평가들이 엇갈렸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균형감 있고 경험 많은 지도자’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뒤이어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에 할 말을 했고, 향후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회담을 긍정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신냉전을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양측은 정상회담 뒤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미·러 간 핵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2026년에 끝나는 만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요구했던 러시아의 해킹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를 착수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그러나 외신들의 생각은 달랐다. WP는 “관심이 집중된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견을 노출했고, 합의한 것은 많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좋은 얘기는 많이 했지만 사이버 공격과 인권 문제 등 각종 사안에서 여전히 근본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 샘 셔랩 러시아담당 분석가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던 것 중 최선의 결과”라며 “바이든 팀이 바라는 최선은 출혈을 멈추는 것, 즉 관계에 바닥을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등으로 인한 긴장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대화의 여지를 남긴 정도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의미다.
양측은 기자회견장에서도 갈등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수감 중인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경우 외국인투자자 확보나 신뢰할 만한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유죄 판결로 당국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나발니가 의도적으로 체포됐다면서 탄압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의회 난입 사태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관타나모수용소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미국의)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봤다”고 역공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웃기는 비교”라고 되받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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